PORTRAIT

사람들 이야기

미술 교사와 학생, 예술가 등 미술 교사와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출발선의 떨림, 그 앞에서 마주한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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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5. 07.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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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교사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대학교 4학년,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예비 미술 교사가 선배 미술 교사들에게 진심을 담은 편지를 띄웠다.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미술 교사로 지내 온 시간들을 조심스레 되짚으며 쓴 답장이 곧 도착했다. 

종이 위를 걷는 말들, 이 조용하고 따뜻한 대화에 당신을 초대한다.


| 에디터  황유진




예비 미술 교사



한양대학교

응용미술교육과 4학년 학생

임수진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미술 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임수진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졸업을 앞둔 4학년으로 미술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 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공으로 미술 교육을 선택할 때만 해도 미술 교사의 꿈은 다소 막연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술 교육을 공부하고 실제 미술 수업도 경험해 보면서 제 선택이 옳았다는 걸 느끼게 되었어요. 

특히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그 순간은 너무나 보람되고 행복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도 모르게 교실에서 미소 짓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며, 미술 교사의 길이 제 길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임용 공부에 지칠 때면 아이들과 즐겁게 미술 수업을 하는 제 모습을 상상해 보곤 합니다. 그런데 그 상황을 떠올리다 보면 몇몇 현실적인 문제가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먼저, 입시 중심의 학교 교육에서 미술이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주요 과목만큼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최근에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미술 교사의 자격을 부여하는 논의가 오고 가는 것을 보며, 미술 교육의 위상이 더욱 흔들리고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미술 교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나아가 학생들이 미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미술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려면 교사로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미술 수업을 만들어 가고 싶은데,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교생 실습에서 만난 선생님으로부터 자신만의 교직관을 확립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교사로서의 확고한 신념을 가지지 못하면 학생들을 만나 다양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스스로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의 생생한 경험을 전해 들으며 교직관의 중요성을 깨달았지만, 아직 어떤 교직관이 올바른 것인지, 어떻게 교직관을 세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직접 부딪혀 보아야 알 수 있을까요? 경험이 부족한 신규 교사로서 어떻게 교직관을 세워 나가야 할지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처음 미술 교사를 꿈꾸게 된 순간의 마음가짐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지금은 열정과 패기가 넘치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현실에 안주해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발전하는 교사로서 의미 있는 교직 생활을 이어 가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알고 싶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교직을 준비하던 시절 또는 신규 교사 시절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마음과 생각에 어떤 변화가 생기셨나요?


선생님의 소중한 경험과 조언이 미술 교사를 꿈꾸는 예비 교사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더 나은 미술 교육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시는 미술 선생님들께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5년 차 미술 교사




누원고등학교

조선영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진심과 깊은 고민이 담긴 편지를 읽다 보니, 문득 추운 겨울이었지만 열정만은 뜨거웠던 3월의 첫 출근길이 떠올랐습니다. 날씨도 잊은 채 얇은 셔츠를 단정히 차려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늘 주위를 살피던 신규 교사 시절을 지나 어느덧 첫 학교의 근무를 마무리하는 5년 차 교사가 된 것도 낯선데, 이제는 예비 교사인 선생님께 제 짧은 경험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참 어색하면서도 감회가 새롭습니다. 

부디 이 글이 앞으로 걸어가실 길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조심스럽게 답장을 써 내려갑니다.



#1

현재 저는 서울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지도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저도 늘 미술 교과의 중요성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 고민합니다. 한번은 담임반 학생 한 명이 1교시 미술 수업에 늦어 그 이유를 물었더니, 미술은 주요 교과가 아니니 괜찮지 않냐라고 솔직하게 대답하더군요. 웃음 섞인 학생의 대답에 상처를 받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수업뿐만이 아닙니다. 교육과정 회의에서 교과별 시수와 교사의 정원을 논할 때, 예술 교과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자리를 지키는 일도 매번 쉽지 않습니다.

고등학교에서 미술 교과는 어떤 위치이고 그 속에서 어떻게 즐거운 미술 시간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아직도 찾아가는 중이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학생들은 노력하는 교사의 진심을 알아준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학생들의 마음을 알고 교사가 자신감 있게 임할 때, 웃음 가득한 수업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학생들에겐 지루할 수 있는 이론 수업을 좋아하고, 학생들의 창작 결과물의 질 역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항상 수업 자료를 ‘넘치게’ 준비합니다. 저의 수업 PPT가 30장을 넘어가는 걸 보며 탄식하던 동료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1~2년 차 때에는 수업 시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여기저기서 시간을 끌어다 쓰기도 했지요.

이렇게 미숙한 교사지만 학생들은 묵묵히 따라와 주었습니다. 저의 진심이 통했는지, 미술 수업에 늦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그 학생도 미술을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학년말 정기 전시회에서는 자신이 만든 미술 작품을 친구에게 꽤나 열심히 설명하기도 하더군요. 그 학생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내심 흐뭇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제가 만났던 대다수의 아이들은 저의 걱정과는 다르게 땀 흘리는 교사의 노력을 외면하지 않았어요. 조금 부족하더라도 교사가 자신만의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진심을 다해 수업을 이끌어 가면, 학생들 역시 마음을 열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즐거운 수업’이 어떤 모습이든 선생님이 자신감을 가지고 열정을 쏟는다면, 학생들은 선생님과 나란히 서서 한 걸음 한 걸음 보폭을 맞춰 나갈 거라고 확신합니다. 



#2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미술 수업’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학생들 개개인이 각자의 의미를 발견하고, 이를 확장시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미술 수업은 어떨까요. 

저는 모든 학생들과 짧든 길든 꼭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만의 생각을 반영하여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편입니다. 사소하더라도 학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라포가 형성되고, 학생들은 이 속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이때 학생들에게 일어나는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칭찬을 더해 주면, 수업은 더욱 신나고 활력이 넘치게 됩니다. 이렇게 활기찬 수업은 학생들에게 더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요.


수의대를 준비하다가 고2 겨울에 갑자기 미술 대학으로 진로를 변경해 모두를 놀라게 했던 학생이 생각납니다. 미술 시간에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학생이었습니다. 그 학생은 인생을 진정으로 즐기기 위해 원하는 것을 꼭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하더군요. 미술 수업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하여 주체적으로 미래를 그리게 된 아이를 대하고 보니, 저까지도 기분이 묘해졌습니다. 

이처럼 ‘의미 있는 미술 수업’은 아이들의 자신감을 높이고 흥미를 발견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인생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도록 돕기도 합니다. 

지금 이렇게 좋은 미술 수업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선생님이라면, 이미 누구보다 진심 어린 마음으로 멋진 미술 수업을 만들어 갈 준비가 되신 분이라 믿습니다.



#3

‘지금까지 경험한 선생님 중 존경할 만한 분이 없어 교사가 될 생각이 없다.’

이런 말을 해 교수님을 놀라게 했던 사범대 새내기는 동기들 중 누구보다 빨리 교사가 되었습니다. 그 새내기가 바로 저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오로지 교사를 목표로 달려왔던 동기들에 비하면 저는 비교적 갑작스럽게 이 길을 선택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교직관을 세우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 시작은 지나온 경험들을 하나씩 되짚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내가 되고 싶지 않은 교사의 모습들을 떠올려 봤습니다. 도움이 필요했던 친구들을 외면하거나 차별했던 선생님들의 모습이 유독 선명하게 제 기억에 남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기댈 수 있는 어른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개인적인 친분이 없더라도 힘든 일이 생기면 쉽게 다가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선생님, 듬직한 버팀목 같은 어른이 되고자 무던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분석과 이성이 앞선다는 ‘T형’이라 감정적 공감에 대한 반응에 다소 소극적인 편입니다. 하지만 그런 저를 지켜본 학생들은, 제 말투가 기계 같을 때가 있지만 제 눈빛을 보면 누가 뭐래도 자신들을 가장 많이 생각해 주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오늘도 저는 저만의 방식으로 교직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하고 직접 부딪히며 쌓아 온 시간들이 결국 저만의 길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면 지나온 경험을 들여다보는 일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4

저는 학부에서 미술 교육을 전공하며 느꼈던 미술 수업의 즐거움을 학생들에게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미술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입니다. 

신규 발령을 받고 여러 과목의 지도를 맡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수업 잘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힘듦보다는 설렘으로 가득한 시간들이었지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의 벽 앞에서 무기력해지고 말았습니다. 제가 맡았던 보건 수업 때문이었습니다. 나름 매주 보건 교과서를 공부하며 수업 준비를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무너져 가는 교실이 제 눈에 보이더군요. 학생들에게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교사라는 걸 들켰고, 저 스스로도 자신감이 떨어져 점점 현실과 타협을 하게 되었습니다. 분명 절망적이고 아쉬운 경험이었지만, 이를 통해 더더욱 수업의 질을 높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매년 최소 1개 이상의 새로운 수업 준비를 목표로 삼고 교과 연구를 멈추지 않기로 스스로와 약속했습니다.


수업을 잘하는 교사의 길은 아직도 흐릿하지만 오늘도 처음 교단에 선 그날처럼 좋은 수업을 고민하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해 봅니다. 물론 연차가 쌓일수록 익숙해지는 행정 업무와 두둑해진 수업 자료들 앞에서 단단했던 마음이 무뎌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 보려 합니다. 피곤한 표정을 짓는 아이가 있다면 이유를 슬쩍 물어보고 그 아이의 대답에 담긴 하루를 상상해 봅니다. 반대로 웃고 있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의 즐거움과 기쁨을 내 마음속에도 담아 보려 노력합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다른 색을 띠는 아이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교사로서의 일상도 지루할 틈이 없더군요.



선생님 편지 덕분에 잊고 지냈던 시간들을 돌아볼 수 있어 행복했고 즐거웠습니다. 선생님의 편지 속에 담긴 질문 하나하나를 앞으로도 계속 되새기면서, 더 많은 학생들이 미술을 통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미술 교육의 길을 고민하다 보면, 머지않아 선생님과 동료 교사로 다시 마주하게 될 날이 오겠죠? 그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2년 차 미술 교사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김은주

 

안녕하세요, 임수진 선생님!

저는 인천에서 미술 교사로 재직 중인 김은주라고 합니다. 2002년 가을,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하여 어느덧 5개의 학교를 거치며 22년 동안 미술 교사로 살아왔습니다. 선생님의 편지를 읽으며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어요. 처음 교직을 생각했던 순간, 임용 시험을 준비하며 가졌던 마음, 교실에서 아이들을 마주했을 때의 설렘과 현실적인 어려움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제 모습까지 말이죠.


선생님께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순간의 행복을 이야기하신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미술 교사는 단순히 ‘미술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색의 마음을 나누고, 작품으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신 듯하여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직을 준비하며 여러 고민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죠. 저 역시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에는 교직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사범대를 나왔지만 작가를 꿈꿨고, 현실적인 이유로 교직을 선택했어요. 그런데 준비 없이 시작한 교사 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고민과 어려움을 안겨 주었죠. 학급 경영, 생활 지도, 그리고 미술 수업조차도 제가 알던 것과 너무 달랐습니다. 

좌충우돌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 과정에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교사는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성장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22년이 지난 지금도 미술 교육에 대해 여전히 배우고 익히며 고민하는 중입니다.


선생님께서 고민하신 미술 교육의 위상에 대한 문제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서 미술 교육의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선생님께 불안감을 안겨 주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처음엔 미술 교육의 중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무리하게 힘을 주기도 했습니다. ‘미술 교사는 편하겠네.’, ‘애들 그림 그리라고 하면 되니까 수업 준비 안 해도 되지 않아?’ 같은 말을 들을 때마다 미술 교사로서의 책임을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나를 증명하는 것은 동료 교사가 아니라, 나와 함께하는 학생들이라는 것을요. 아이들이 즐겁게 미술 활동에 집중하며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낼 때, 그 속에서 미술 교사의 가치가 증명된다는 것을요.

미술 수업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개성과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을 활용하거나, 학생들의 관심사를 반영한 수업을 기획하며 아이들이 수업을 ‘나의 이야기’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법’을 배우는 것보다, 미술을 통해 세상을 읽고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교직관을 세우는 문제도 많은 고민이 될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엔 저 스스로에게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할까?’ 하는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교직관은 교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길 가치를 고민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점차 확립되어 가는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는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하셨죠? 그렇다면 ‘학생들과 소통하는 교육’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아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를 토대로 교사로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자신만의 교육 철학을 발전시켜 나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발전을 거듭하는 교사가 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도 이야기하셨지요? 이 문제는 함께 성장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미술 교사의 네트워크를 통해 많은 영감을 얻었고, 다양한 예술가들과 협업하면서 새로운 교육 방식을 배우기도 했어요. 교사는 연구자가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꾸준한 배움과 소통이 필요하지요.


저 역시 여전히 교육 현장의 변화 속에서 여러 고민을 하며 살아갑니다. 매번 힘들다고 생각되는 순간에도 꾸준히 이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이유는, 수업 시간에 저를 진지하게 바라보던 학생들의 눈빛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저의 미술 수업을 들으려고 교실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 있는 한, 저는 흔들리지 않고 미술 교사로서의 자리를 지킬 것입니다.


오랜만에 누군가의 편지를 받고, 누군가에게 저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이야기를 들려드리네요. 조금은 쑥스럽고 부끄럽지만, 다만 이 편지를 통해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저와 같은 선배 교사들이 주변에 많고, 언제나 손을 내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임수진 선생님 같은 후배나, 저보다 경험이 많은 선배를 통해, 서로에게 배우면서 좋은 영향력을 미치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인연이 되어 얼굴을 뵐 수 있다면, 따뜻한 차 한잔을 함께하며 편지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요. 

임수진 선생님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퇴직 교사


전 서천고등학교 수석교사

김인규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30년 가까이 미술 교사로 살아오다 퇴직한 사람입니다. 선생님의 편지를 읽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젊은 시절, 교사가 되기 위해 이런저런 준비와 공부를 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교육에 대한 사명감에 불탔던 시절이었지요.

물론 현장에 나오면 모든 일이 녹록하지만은 않습니다. 미술 교육자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담임으로서의 역할, 그리고 각종 업무들로 밤을 지새워야 하니 말입니다. 생각 이상으로 잡다한 일이 많은 직업이지요. 게다가 어린 학생들과 학부모를 마주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인간관계 속에서 여러 복잡한 상황과 힘겨운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답니다.


그럼에도 미술 교사로서의 삶은 제게 행복한 세월이었습니다. 미술 교육자로서 느낀 보람과 즐거움은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 낼 수 있을 만큼 컸습니다. 돌이켜 보면, 참 좋은 인생을 살았다는 자부심이 듭니다.

말씀하신 대로 미술 교과는 흔히 ‘변두리 과목’으로 불리며, 주요 과목만큼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지요. 학부모뿐 아니라 학교 관리자나 같은 교사들 사이에서도 그렇습니다. 한때 교육부에서 미술을 ‘평가 활동을 하지 않는 교과’로 지정하려 했던 일이 있었고, 전국의 미술 교육자들이 나서서 저지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비중이 낮게 여겨지는 교과인데, 평가마저 없어진다면 그 존재감이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한 것이지요. 그렇게 지금의 ‘상·중·하 평가’ 체계가 자리 잡게 되었지요.

그러나 실제 교육 현장에서 보면, 학생들이 단지 입시만을 위해 학교에 다니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보람 있는 학교생활을 원하며, 좋은 배움이 있을 때 큰 즐거움을 느낍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의 경우, 입시만을 위해 몰아치는 답답한 교육 환경 속에서 오히려 예술이나 체육 활동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 미술 시간이 잠시나마 숨 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며 아이들이 좋아해 준 기억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술 교사 스스로 교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술 교과는 당장 입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지라도, 사람이 행복을 추구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정서적 성장을 지원합니다. 만약 아이들이 중·고등학교 시절에 그런 교육을 받지 못하고 성적에만 짓눌려 지낸다면,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게 될까요? 미술은 그런 교육의 빈틈과 허점을 채워 주는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교사가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할 때, 학생들 또한 미술 시간을 남다른 마음으로 대하게 될 것입니다.

교직관이란 그런 것입니다. 인류의 무구한 역사와 함께해 온 소중한 미술 문화와 함께 우리는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가 변하고 문화가 변해도 미술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는 유구할 것입니다. 물론 문화가 변하고 아이들이 변하면, 미술도 변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미술 교사는 늘 탐구하고 연구하며, 미술의 가치를 끊임없이 새롭게 발견하고 끌어올려야 합니다. 늘 연구하며, 새롭게 만나는 아이들과 호흡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연구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면 아무리 나이를 먹더라도, 늘 흥미로운 활동을 수행하는 교사로 남아 있게 될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미술 교사는 미술 교육뿐 아니라 온갖 잡다한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또한 학교 관리자와의 관계, 학생·학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역할의 충돌이나 갈등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을 이겨 내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미술 교사’라는 자부심 때문입니다. 때로는 지치고 낙담하는 순간이 있더라도, 미술이 우리에게 숨통을 틔워 줄 것입니다. 미술이 가진 가치는 참으로 아름답기에 다른 여느 교과의 교사들보다 더 행복할 수 있습니다. 겪어 본 사람으로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미술 교사의 꿈을 품고 매진하고 계신 임수진 선생님께, 열렬한 응원과 격려를 보냅니다.






편지를 읽으며 선생님은 어떤 순간을 떠올리셨나요?

미술 교사로 살아온 시간들을 반추해 보며 선생님의 마음이 담긴 답장 하나를 더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트 라운지> 궁금한 건 묻고, 아는 건 답하고' 게시판에 

선생님의 편지를 남겨 주세요.

참여하신 선생님들께는 작은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이벤트 참여 게시판으로 이동하기 ☞ https://www.hnedu-thelayer.co.kr/bbs/board.php?bo_table=notice&wr_i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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