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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가정에서의 육아, 취미, 여행 등 미술 교사들의 일상적 관심사에 대해 다룹니다.

굿즈로 번역된 예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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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5. 07.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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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김양희(야탑중학교 교사) 

| 에디터  황유진

기억의 조각


굿즈(goods)는 원래 상품이나 제품을 의미하지만, 대중문화에서는 연예인, 애니메이션, 전시 등과 관련된 파생 상품을 뜻하기도 한다. 

‘사용’보다는 ‘소유’의 의미가 강하며, 기념하거나 기록하려는 목적이 크다. 최근에는 박물관과 미술관에서도 전시를 기반으로 한 굿즈들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으며, 이를 수집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전시를 보기 위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는 사람이 대다수겠지만, 예술적 분위기의 공간이나 사색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이런 장소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 역시 때로는 굿즈를 구경하기 위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기도 한다. 박물관과 미술관뿐 아니라 여행지에서도 예술적인 굿즈를 접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생기면 글, 사진, 그림 등 각자의 방식으로 기록을 남긴다. 

나에게 굿즈를 구매하는 일도 그런 방식 중 하나다. 전시나 여행지에서 감동적인 순간을 마주하면, 그때의 감정을 물성 있는 형태로 남기고 싶어진다. 나에게 굿즈는 과거의 한때를 현재로 소환할 수 있는 ‘기억의 조각’이다. 

굿즈 수집에도 기준은 있다


굿즈를 수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기준이 생긴다. 

예를 들어, 여행지에서 마그네틱을 구매할 때에는 실용성과 상징성, 소재의 독특함 등을 고려한다. 또한 해당 지역의 이름이나 건축물은 반드시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고른다. 여기에다 모양이 귀엽거나 디테일이 뛰어난 제품이라면 자연스럽게 손이 간다. 무엇보다 재료가 특별하면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포르투갈의 전통 타일 자석, 아이슬란드의 뼈 자석, 베네치아 무라노섬 유리 자석, 모나코의 카지노 칩 자석 등은 그 지역의 독특한 분위기를 물성으로 표현한다. 여행 후에 이런 굿즈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그 도시의 거리 풍경과 분위기가 떠오른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고르는 굿즈는 조금 더 개인적인 취향에 의존하는 편이다. 내 방 안에 ‘작은 미술관’을 꾸민다는 마음으로, 나의 취향과 예술성을 함께 고려하여 굿즈를 선택한다. 특히 전시장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이 굿즈로 제작되어 있다면 주저 없이 구매한다. 이때 엽서나 포스터처럼 대중적인 형식의 굿즈보다는 미술관에서 특별하게 기획하여 제작한 제품을 선택한다. 유물이나 조각 미니어처라면 그 비율이나 조형감이 실제에 가까울수록 좋다. 

이처럼 작은 물건 하나를 고를 때에도 나만의 기준이 있다는 것은, 예술 굿즈가 나에게 단순한 상품이 아닌, ‘기록’과 ‘기억’의 매개체로서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나의 큐레이션으로 탄생한 예술 굿즈 컬렉션은 ‘나’라는 존재의 또 다른 이름이다. 

굿즈가 수업이 되는 순간


예술 굿즈를 소유한 미술 교사라면 한번쯤 이를 수업에 활용해 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된다. 나 역시 미술 수업에서 굿즈를 유용하게 활용한다. 디자인이나 만듦새가 좋은 굿즈는 미술 수업을 위한 시각 자료로서뿐만 아니라, 학생들과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풀어 가기 위한 도구로도 활용한다. 예를 들어 진묘수 향꽂이는 역사와 미술을 엮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가 되고, 유명 작가의 작품으로 만든 자석은 학습을 위한 동기 유발 자료가 된다. 

굿즈 자체가 미술 활동이 될 수도 있다. 학생들이 자신만의 브랜드 콘셉트를 설정하여 로고를 디자인하고 제품을 제작하기까지의 과정은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미술 활동이 된다. 최근에는 소량 제작이 가능한 플랫폼도 다양해져서, 실제 수업 시간에 진행한 디자인으로 제품 생산까지 할 수 있다.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굿즈 하나가 수업의 분위기를 바꾸고 학생의 상상력을 깨울 수 있다. 학생들은 굿즈를 통해 예술을 더 친근하게 느끼고, 자신의 표현을 구체화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작은 물건 하나에 담긴 예술의 힘이 미술 수업을 풍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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