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RAIT

사람들 이야기

미술 교사와 학생, 예술가 등 미술 교사와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미술 교사 관찰 일지, 네 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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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 0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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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

같은 미술 교사라도 누구와 마주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기억된다.


학생, 동료, 친구, 가족.

네 개의 시선은 모두 같은 사람을 보고 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캐릭터’를 발견한다.


우리가 부르는 ‘미술 교사’라는 이름은 과연

몇 가지 모습으로 존재할까?

지금부터 그 시선들을 따라가 보자.


| 일러스트 하정영

| 에디터  황유진


도움을 주신 선생님들

본 기사는 미술 교사 및 주변인의 제보를 바탕으로 구성했습니다.

각자의 시선과 경험을 나누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김양희(야탑중학교 교사)

김효희(대안여자중학교 교사)

이민선(역삼중학교 교사)


이소현(은평중학교 교사)


임종삼(비전고등학교 교사)


조선영(무학여자고등학교 교사)

홍승아(문산중학교 교사)

 



학생의 시선  

아티스트 

★ 필살기

반박 불가: 학생의 “없어요/안돼요”를 조용히 뒤집는 능력


학생: “샘… 없어요.”

미술 교사: (잠깐 다녀옴) “여기 있는데?” 

생: “샘… 안돼요.”

미술 교사: (조용히 다녀옴) “되는데?”


★ 주요 출몰 지역

미술실, 복도, 게시판 앞, 중앙 현관


★ 행동 특성

다른 선생님들과 뭔가 한 끗 다른 예술 감각이 있음. 

가방·신발·안경 같은 작은 아이템 하나에서 “아, 미술 선생님은 뭔가 다르다.” 싶은 아우라가 느껴짐.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본인만의 기준으로 고른 느낌.


★ 기본 스킬

재료 소환술: 학생이 도구나 재료를 찾고 있으면 제일 먼저 꺼내 주는 능력

격려의 한마디: 말 한마디로 학생의 창작욕을 끌어올리는 능력

미술실 프리패스: 재료 선택의 제약을 없애고, 미술실을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며 창작할 수 있게 하는 능력

 


에피소드 01


미술샘은 도라에몽이다

세상의 모든 재료가 모여 있는 미술실. 그곳을 관장하는 사람은 바로 미술샘이다. 

“샘~ 그거 있어요?” 우리가 말을 꺼내면, 미술샘은 잠깐 어딘가를 뒤적이고 정말로 꺼내 온다.

철사, 글루건 심, 이름 모를 특수 종이, 심지어 잃어버린 줄 알았던 색연필까지 말이다. 

분명히 미술샘에게는 도라에몽 주머니가 달려 있을 것이다.



에피소드 02


무늬인 줄 알았던 건 사실 물감이었다

어떤 날은 미술샘이 하늘거리는 드레스를 입고 미술실을 누비고 있었다. 패션 센스가 남다른 우리 샘. 

그날은 특히 드레스 무늬가 유니크했다. 그래서 물었다. 

“샘, 이건 무슨 무늬예요?” 샘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2교시에 묻은 아크릴 물감.” 

네? 잠깐만요. 물감 얼룩이 저 정도면, 이건 재능 아닌가? 물감마저 도와주는 진정한 패피.



에피소드 03


당연한 걸 당연하게 두지 않는다

우리는 그냥 하늘을 파랗게 칠한다. 그런데 미술샘은 묻는다. “왜 꼭 파란색이어야 해?” 순간 멈춘다.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노을 진 하늘을 한번 떠올려 봐. 주황색 노을이 있는 하늘이 얼마나 멋지니?” 

그러다 보니 파란 하늘 대신 보라색 하늘이 나오고, 초록 그림자가 생기고, 갑자기 작품이 된다.

가끔은 좀 피곤하다. 그냥 파랗게 그리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 그래도 이상하게, 그 질문이 싫지 않다.



에피소드 04


한마디에 그림이 달라진다

드로잉 시간, 손을 그리는 것도 어렵고 나무를 그리는 것도 어렵다. 

내가 그리면 초등학생이 그린 것 마냥 유치하게만 보인다. 

그런데 미술샘이 옆에서 한마디로 딱 짚어 준다. “여기만 조금 더 길게. 선은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 

그 말을 듣고 내가 조금씩 수정해 보면, 내 그림은 금방 근사해진다. 신기한 건 바뀐 게 그림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 내가 뭘 놓치고 있었는지”가 갑자기 보인다. 역시 미술샘이다.





동료 교사의 시선  

|  택배를 든 마법사

★ 필살기

알뜰 예산 집행: 예산이 많아도 알차게 쓰고, 없어도 있는 곳에서 끌어와 결국 필요한 걸 만들어 내는 능력


동료 교사: “이 예산으로 가능할까요?” 

미술 교사: “되게 만들어 보죠.”


★ 주요 출몰 지역

미술실, 계단/복도, 간헐적으로 시설관리실(또는 행정실)


★ 행동 특성

분명 본 것 같은데, 돌아서면 없고, 찾으면 늘 미술실에 있음. 

그리고 마주치면 이상하게 늘 큰 박스를 들고 있음. 어디선가 무언가를 가져오거나, 어디론가 무언가를 옮기는 중임.


★ 기본 스킬

순간 이동: 분명 방금 전까지 교무실 근처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 미술실로 가버리는 능력

재료 지킴이 모드: 미술실 재료가 ‘공용’으로 변하는 순간을 막고 싶을 때 발휘되는 능력

능숙한 언박싱: 커터칼과 함께 등장해, 택배 상자를 순식간에 개봉하는 능력

 


에피소드 01


한번 올라가면 잘 내려오지 않는다

찾으려 하면 없다. 하지만 어디 있는지는 안다. 바로 미술실이다. 

대체 그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교무실에서 부서끼리 간식을 나눠 먹을 때도, 전달할 게 있을 때도, 결국 전화를 하게 된다. 

“샘, 지금 어디세요?”



에피소드 02


부럽다, 아니 안 부럽다

프라이빗한 미술실이 있는 것, 시험 출제를 안 하는 것 등이 부러웠다. 

그런데 늘 부러운 마음으로만 끝나진 않는다. 

학교가 뭔가 바뀌기 시작하면, 그 중심에 미술샘이 있기 때문이다. 

게시판이 새로 정리되고, 복도에 학생 작품이 붙고, 행사 때 현수막이 바뀌고, 학교가 “예뻐지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아름다움이 미술샘이 피, 땀, 눈물로 일군 결과라는 것을.



에피소드 03


박스와 함께 출몰한다

때때로 복도, 계단 등에서 발견한 미술샘은 대체로 뭔가 들고 있다. 

자기 몸만한 택배 상자, 재료 박스, 묵직한 꾸러미. 

“그게 다 뭐예요?”라고 물으면 답은 늘 심플하다. 

“수업 재료요.” 

그러고 보면 품의 목록에서 미술 파트 지분이 꽤 높은 것 같기도 하다. 학교의 물류가 움직일 때, 미술샘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에피소드 04


손재주가 돋보이는 선물을 주기도 한다

손재주가 돋보이는 선물을 가지고 온다. 예쁜 간식과 직접 만든 카드와 함께 전달해 주고 미소와 함께 홀연히 사라진다. 

이때 중요한 건, 그게 ‘거창한 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포장도, 카드도, 메시지도 딱 필요한 만큼만 정갈하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아, 이 사람은 손재주만 좋은 게 아니라 센스도 있구나.” 싶다가, 고개를 들어 보면 이미 사라지고 없다.



에피소드 05


발상이 기발하다

미술샘은 문제를 보는 각도가 조금 다르다. 

우리는 “이거 없으면 못 해요.”부터 떠올리는데, 미술샘은 “그럼 이걸로 바꾸면 돼요.”를 먼저 말한다. 

행사 준비를 할 때도 비슷하다. 다들 ‘정답’ 같은 디자인을 찾고 있을 때, 미술샘은 의외로 가장 단순한 재료를 꺼내 든다. 

그리고 그 재료를 “원래 그 용도”로 쓰지 않는다.





친구의 시선  

|  문화생활 장인

★ 필살기

루트 강제 변경: 평범한 약속을 조용히 ‘문화생활 코스’로 바꿔 버리는 능력


친구: “토요일에 같이 점심 먹을까?” 

미술 교사: “그래, 전시 하나도 보고.”    

            (이미 전시 링크 보냄)


★ 주요 출몰 지역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근처


★ 행동 특성

다른 직장인과는 생체 리듬이 다름. “퇴근=종료”가 아니라 “퇴근=2회차 하루의 시작” 같은 사람. 

만날 때마다 뭔가 배우고 있고, 어제의 본인보다 오늘의 본인이 조금씩 업데이트됨.


★ 기본 스킬

에너지 재충전: 퇴근 이후의 시간을 자연스럽게 또 다른 활동으로 확장하는 능력

문화생활 레이더: 전시·공연·미술관 정보를 빠르게 포착하는 능력

교실 언어 패치: 중고등학생처럼 말이 짧아지고 신조어가 자연스럽게 업데이트되는 능력

 


에피소드 01


퇴근 후에도 바쁘다

나는 퇴근하면 씻고 누워서 하루를 종료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친구는 퇴근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처럼 보인다. 

운동을 하고, 악기를 배우고, 뭔가를 또 공부한다. 

“언제 쉬어?”라고 물으면, 그게 쉬는 거라고 하는데, 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신기한 건, 만날 때마다 새로 배운 게 하나씩 늘어 있다는 점이다. 같이 있으면 나도 괜히 정신이 번쩍 든다.



에피소드 02


만남이 문화생활로 바뀐다

친구들을 만나면 보통 카페 갔다가 밥 먹고 끝나는데, 이 친구는 보법이 다르다. 

“근처에 전시 하나 있는데?” “여기 미술관 되게 좋아.”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덕분에 우리는 종종 뜻밖의 문화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게 또 재미있다. 

나는 평소에 누군가에게 전시를 보러 가자고 먼저 말해 본 적이 없는데, 이 친구를 만나면 그게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된다. 



에피소드 03


피드에 학생 흔적이 쌓인다

이 친구의 스토리나 피드를 보면, 어느 순간부터 학생 흔적이 차곡차곡 쌓인다.

학생들의 작품 사진이 올라오고, 책상 위에 놓인 간식 사진이 올라오고, 접힌 편지나 쪽지 한 장이 조용히 올라온다. 

“누구누구의 작품.” “누구누구에게 받음.” 같은 짧은 말과 함께, 작고 사소한 장면들이 계속 기록된다.



에피소드 04


학생의 말투를 닮아 간다

애들이랑 소통을 많이 해서 그런지, 문장이 점점 짧아지고 단순해진다. “오, 굿” “ㄱㄱ” “ㅇㅋ” 

가끔은 신조어도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아 인정” “ㄹㅇ” 

순간 ‘내가 지금 교실에 있나?’ 싶다. 친구의 말투에는 어느새 학생들이 묻어 있다. 

사랑하면 닮는다고 하더니, 아마 그런 건가 보다.



에피소드 05


집이 미술관 같다

집에 놀러 가면 친구가 그린 그림이나 작품이 집안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집에 갈 때마다 작품이 업데이트되어 있기도 하다.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면 별것 아닌 듯이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야기를 잘하면 가끔 운 좋게 작품을 한 개씩 얻어 갈 때도 있다. 





가족의 시선  

|  일상형 큐레이터

★ 필살기

해설 자동 재생: 어떤 작품 앞에 서면, 작품 해설이 입 밖으로 자연히 나오는 능력


미술 교사: (귓가에 속삭이며) “이 작가는 어릴 때…”

가족: ‘나 그냥 보고 있는 중인데…’


★ 주요 출몰 지역

여행지 미술관, 카페, 집안


★ 행동 특성

여행을 가면 일정의 중심이 자연스럽게 미술관이 됨. 

들어가면 오래 보고, 조용히 보고 있으면 어느새 옆에서 작품 이야기를 읊조림. 

집에서도 취향이 확고해서 ‘벽지’부터 큐레이션이 들어가 있음.


★ 기본 스킬

여행 코스 장악: 여행 일정을 자연스럽게 ‘예술 중심’으로 짜는 능력

시간 왜곡술: “10분만”을 40분으로 늘리는 기술로, 주로 미술관에서 발휘되는 능력

인테리어 관리자: 집 인테리어에 자신의 미감을 투영하는 능력


에피소드 01


여행의 중심이 미술관이 된다

여행을 가기 전부터 가족은 여행의 테마를 알고 있다. 

여행의 메인은 바다도 아니고 맛집도 아니고… 미술관이라는 걸. 심지어 돈까지 내고 들어간다. 그리고 들어가면 오래 본다. 

너무 오래 봐서 나머지 가족은 늘 기다리게 된다. 대체 미술관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바로 옆에 멋진 사람이 서 있어도, 시선은 작품으로 간다. 아마 다음 여행의 메인도 미술관일 것이다.



에피소드 02


나만의 도슨트가 생긴다

우리 가족은 미술관에 가면 각자 조용히 구경하는 시간이 있다. 

문제는 그 조용함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디선가 그가 나타나 귓속말을 시작한다. 

“이 작품은 배경이 … 작가의 의도가 …”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설명은 자동 재생된다. 

가끔은 당황스럽지만 또 듣고 있으면 굉장히 유익하다.



에피소드 03


카페에서 미술사 수업이 시작된다

카페에 갔는데 포스터에 영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더니 그가 말한다. 

“작품 이름이잖아. 이건 상식 아니야?” 상식이라고 하지만, 그 상식은 우리에겐 상식이 아니다. 

가끔 카페 벽에 아는 그림이 있어 아는 척을 하면, 그는 곧바로 그 작품의 역사와 배경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멈춰! 난 칭찬 한마디가 듣고 싶었을 뿐이야.



에피소드 04


집이 전시장이 된다

우리 집은 늘 하얗다. 벽지도, 커튼도, 모두 하얗다. “깨끗한 바탕이어야 소품이든 가구든 다채롭게 꾸밀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그리고 또 하나. 다른 작가의 작품은 집에 걸지 않는다. 본인의 작품과 아이들 작품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자존심인지 취향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취향이 한번 고정되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



에피소드 05


가족들을 패피로 만들어 준다

함께 쇼핑을 가면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어울리는 색 조합부터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까지 고려해서 착장을 맞춰 준다. 

내가 원하는 옷을 고르면 색이나 스타일이 안 어울린다고 퇴짜 놓을 때가 있긴 하지만 확실히 그가 골라 준 옷들을 입고 출근하면 회사 직원들이 멋지다고 칭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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