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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이야기

미술실, 예술가의 작업실, 예술 작품 및 건축의 공간 등 미술 교사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공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강원도 미술 교사들의 헤테로토피아, 뮤지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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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 0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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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미술 교사가 <뮤지엄 산>에서 

마주한 감각과 사유의 풍경



​강원도 깊은 산속에 자리한 <뮤지엄 산>,

일상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낯선 감각과 사유의

세계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게 만드는 공간이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과 자연 풍경, 빛과 물이 어우러진

동선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작품을 감상하던

마음은 조용히 자기 안의 감각과 사유로 스며든다.

푸릇한 어느 봄날, 강원미술교육연구회 소속 세 명의

미술 교사는 이 특별한 공간을 함께 거닐며 저마다의

감각으로 풍경과 작품 그리고 그 안에 흐르는 시간을

천천히 마주했다.





| 인터뷰 진행  서보경(치악고등학교 교사)

| 사진  김형국 · 뮤지엄 산(제공)
| 에디터  김형국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제시한 개념.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인 ‘유토피아(Utopia)’가 상상 속 

장소라면, ‘헤테로토피아’는 현실 속에 실제로 존재하면서도 

일상적 공간의 질서를 비틀거나 중단시키는 ‘이질적인 장소’를 

가리킨다.

푸코는 어린이가 일상 공간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질서와 

상상력을 펼치는 다락방 같은 공간, 그리고 다른 장소들의 이야기와 

과거의 시간들을 한데 축적해 가두어 놓는 도서관·박물관 같은 곳을 

헤테로토피아의 예로 들었다.


일상의 속도를

내려놓게 하는 그곳

〈뮤지엄 산〉은 원주에서 ‘아주 특별한 장소’다. 이곳에서는 자연과 예술이 가져다주는 쉼과 미적·지적 만족감을 오롯이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저명한 인문지리학자인 이 푸 투안(Yi-Fu Tuan)에 따르면, 얼핏 비슷해 보이는 두 단어 ‘공간’과 ‘장소’는 사실 전혀 다른 개념이다. ‘공간’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하나의 요소로서 ‘물리적’ 의미가 강한 개념이다. 그리고 그 공간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때 그곳은 ‘장소’로 발전한다.

그는 사람과 장소 사이에 형성되는 정서적 유대감을 가리켜 ‘장소애(場所愛, Topophilia)’라고 불렀다. 추상적이고 낯선 공간이 개인의 삶과 경험, 감정을 통해 의미와 가치를 얻을 때, 그 공간은 비로소 애틋하고 구체적인 장소로 전환된다.

늘 반복되는 시간의 굴레 속에서 살아가는 나에게 특별한 경험을 가져다주는 곳, 나의 평범한 일상을 잠시 멈추게 하고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주는 곳, 〈뮤지엄 산〉은 나에게 바로 그런 장소다.

〈뮤지엄 산〉을 알게 된 건 2014년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시골 마을을 지나, 산을 깎아 도로를 내는 허허벌판 공사장을 통과해야 겨우 닿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 후 원주에 있는 학교로 발령을 받고 나서, 그 학교 가까이에 〈뮤지엄 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곧바로 〈뮤지엄 산〉 연간 멤버십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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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좋았던 건 교과서에 실린 근·현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전시를 보지 않는 날에도 평일 수업을 마치고 〈뮤지엄 산〉 안에 있는 카페에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내다 보면 학교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어느새 사라지곤 했다. 그렇게 〈뮤지엄 산〉은 자연스럽게 나만의 힐링 장소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근처에 이렇게 좋은 문화 시설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 그래서 미술 동아리 진로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해 학생들과 함께 〈뮤지엄 산〉을 찾기도 했고, 학부모회 업무를 맡았을 때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미술관 나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해 전시 관람과 판화 실습 체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미술관 멤버십을 8년 넘게 유지해 오는 동안, 이곳의 전시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에는 한솔그룹 소장품이나 한국 작가 중심의 기획전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공간과 작품, 그리고 작가의 예술 철학이 더욱 긴밀하게 호흡하는 전시들이 눈에 띈다. 특히 작품의 물성과 공간의 분위기가 시각적·감각적으로 깊게 맞물리면서, 마치 이곳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는 이 작품들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몰입감을 만들어 낸다.

〈뮤지엄 산〉은 산속에 자리한, 꽤나 비밀스럽고도 비현실적인 장소다. 그래서일까. 이곳에 오면 공간 자체를 통해서든, 큐레이션된 작품을 통해서든, 일상에서는 쉽게 마주할 수 없는 감각과 감정의 세계로 이끌리게 된다.

푸릇한 어느 봄날, 강원미술교육연구회 동료인 원주 치악고 한유진 선생님, 양양 현남중 정연진 선생님과 〈뮤지엄 산〉 나들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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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과 안식의 장소,

〈Ground 안토니 곰리관〉

입장권을 구입하고 아트숍을 지나면 담장 너머로 드넓은 플라워 가든(Flower Garden)이 펼쳐진다. 그리고 독특하게도 그 정원 아래에 동굴 구조로 〈Ground 안토니 곰리관〉이 자리하고 있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와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의 협업으로 완성된 이곳은 전시장인 동시에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처럼 존재한다. 플라워 가든 아래, 땅속 깊이 숨듯 자리한 이 공간은 지하 구조이면서도 외부 자연을 향해 열려 있는 돔 형태의 오픈 갤러리다. 자연광이 스며드는 이 공간 안에서 곰리의 조각들은 시간과 날씨,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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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 가든 한쪽의 입구

지하 계단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면, 반원형 통창 너머로 안토니 곰리의 작품과 자연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내부로 들어서면 관람객은 거대한 돔 형태의 공간 안에서 인간 형상의 조각 일곱 점과 마주하게 된다. 안토니 곰리는 미술 교과서 속 〈북방의 천사〉라는 작품으로 익숙한 작가지만, 이 공간 안에서 만나는 그의 작품은 교과서 속 이미지와는 다른 감각으로 다가온다. 반구 형태의 공간 안에 놓인 인간의 형상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묘한 감정이 밀려온다. 우리는 모두 엄마의 뱃속 동그란 돔 안에서 태아로 자라났기 때문일까. 공간은 이상하리만큼 아늑하다. 조각 사이를 거닐다 보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나를 떠올리게 된다.

“곰리관에 들어섰을 때의 첫 느낌은 편안함보다는 약간의 긴장과 낯섦이었습니다.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해석하려는 습관이 잠시 멈춰지고, 공간 속에 서 있는 나의 
몸과 위치를 의식하게 되는 순간이었죠. 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해석하기보다, 
내가 그 공간 안에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한유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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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소리마저 특별한 감각으로 경험된다. 아주 작은 발걸음 소리, 가방에 달린 키링이 흔들리는 소리, 옷깃이 스치는 소리까지 공간 안에서 또렷하게 증폭되어 들린다. 특히 돔의 중심부에서는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울리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그 울림이 서서히 잦아든다.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일상의 소리들이 이곳에서는 이상할 만큼 또렷한 존재감을 가진다. 마치 공간과 작품이 우리에게, 평소 무심히 흘려보냈던 자신의 말과 행동, 감정과 생각에 한 번쯤 조용히 귀 기울여 보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Ground 안토니 곰리관〉 개관 당시 진행된 기획전의 오디오 아카이브를 통해 알게 된 사실도 흥미로웠다. 곰리는 작업 과정에서 자신의 몸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직접 몸을 캐스팅하기도 하고, 자신의 신체 이미지를 디지털로 입체화한 뒤 내부에 육면체의 픽셀을 하나씩 쌓아 올려 형상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단순한 육면체의 조합처럼 보이면서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묘하게 살아 있는 인체의 긴장감과 움직임이 느껴진다. 조각이 어떤 포즈를 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읽히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작품 앞에서 같은 포즈를 따라 해 보면, 몸의 방향과 무게 중심까지 새삼 다르게 감각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Ground 안토니 곰리관〉이야말로 사계절 모두 방문해 보아야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바깥에 고요히 서 있는 조각 너머로 계절마다 다른 산 능선의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아직은 만나지 못했지만 다가오는 겨울에는 꼭, 눈 덮인 곰리의 조각과 고요한 설경을 함께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헤테로토피아로

들어서는 관문

〈Ground 안토니 곰리관〉을 나와 자작나무와 꽃나무 사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뮤지엄 산〉의 시그니처 공간인 ‘물의 정원’에 닿게 된다. 그 길을 지나 미술관 안으로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이곳이 산꼭대기인지 산 중턱인지조차 선뜻 가늠되지 않는다. 현실의 고도가 흐려지고, 감각만 천천히 남는다.

숲길을 지나 알렉산더 리버만(Alexander Liberman)의 작품 〈Archway〉를 마주한다. 이 조형물을 통과하는 일은 마치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현실의 시간에서 잠시 비켜나, 무릉도원 같은 비현실의 세계로 들어서는 그런 의식 말이다. 〈뮤지엄 산〉이 나에게 일상의 질서 바깥에서 다른 감각과 사유를 경험하게 하는 하나의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라면, 〈Archway〉는 그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관문처럼 느껴진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벽 사이를 지나 붉은 아치 형태의 〈Archway〉를 마주하는 순간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물의 정원과 주변의 자연 풍경 사이에서 유독 선명하게 다가오는 붉은 색감 

때문인지, 이 아치를 통과하면 일상과는 다른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는 느낌이 들어요.”

(한유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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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산 자연석으로 둘러싸인 뮤지엄 본관에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사계절의 자연 풍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카페 테라스(Cafe Terrace)’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 야외 테라스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내려놓고 겹겹이 둘러선 산 능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진다. 문득 이곳이 무릉도원 어딘가 아닐까 싶은 착각마저 든다.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부감시로 그린 복숭아밭마냥
첩첩산중 안에 파묻힌 비밀스러운 장소 같다.
검은 돌을 나직이 덮은 수면이 바람결을 따라 엷은 파장을 이룰 때면, 그 위를 자박자박 걷고 싶은 마음이 물결처럼 일렁인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그 작은 일탈의 마음을 누르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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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자연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카페 테라스’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진다.


뮤지엄 본관,

감각이 깨어나는 공간

‘뮤지엄 본관’은 강원도의 완만한 산세를 따라 천천히 펼쳐지는, 하나의 긴 산책로 같은 건축이다. 단순한 선과 면 위로 물과 빛이 얹혀, 건물 전체가 조용한 풍경처럼 보인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장식을 덜어 내고 외부 풍경이 건축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했다. 전시장 사이를 잇는 복도와 중정, 창 너머로 이어지는 산 능선은 관람객의 시선을 끊임없이 바깥 풍경으로 확장시킨다. 본관의 동선은 관람자가 전시 감상에만 머물지 않고, 자연과 건축 속을 천천히 걸으며 자신의 감각에 집중하게 만든다.

‘뮤지엄 본관’에서는 다양한 기획전과 소장품전이 1년 내내 열린다. 우리가 방문했던 때에는 이배 작가의 전시, 《En attendant: 기다리며》가 열리고 있었다. 〈뮤지엄 산〉 개관 이래로 국내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개인전이라고 한다. 

본관 입구에서 〈Issu du feu〉, 즉 ‘불로부터’라는 작품과 마주했다. 높이 8m, 무게 7톤에 달하는 거대한 숯 기둥은 그 압도적인 규모만으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사실 살아오면서 숯을 그렇게 자세히 본 적이 없었는데, 눈앞에 거대한 크기의 숯 덩어리를 마주하니 질감, 촉감, 냄새까지 또렷하게 다가온다.


aa67d19974ceac3f6bff2e6a6b97ff2e_1783737675_06.jpg<Issu du feu>ⓒ Museum SAN, Photo by Sangtae Kim 

본관 내부 ‘청조갤러리’ 로비 공간에는 이배 작가의 작품 〈붓질(Brushstroke)〉 시리즈 16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붓질(Brushstroke)〉은 ‘숯가루를 정교하게 압착하여 몸의 움직임과 시간의 흔적을 붓질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안내되어 있다. 종이 위에 펼쳐진 검은 선들로부터 작가의 신체적 움직임, 붓 끝에 실린 힘의 강약, 호흡과 리듬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여기에 로비 통유리 너머로 비치는 워터 가든의 윤슬이 벽과 천장 위로 반사되며, 이배 작가의 검은 선들과 함께 춤을 춘다. 어떤 영상 기술로도 구현하기 어려운, 자연과 회화의 완벽한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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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eum SAN, Photo by Sangtae Kim

“이배 작가가 전면에 내세우는 검정은 강한 힘과 응축된 에너지를 품고 있습니다. 
단색화나 밀레비치의 추상화처럼 시각적 단순함 이면에 깊은 사유를 담고 있죠. 
특히 물감이 아닌 숯으로 만들어 낸 검정이기에, 단순한 어둠을 넘어 그 너머를 
상상하게 합니다.”
(정연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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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조갤러리’ 1, 2는 이배 작가가 〈White〉와 〈Black〉이라는 두 개의 흐름으로 구성했다. 먼저 흰 종이로 도배된 백색의 공간 〈White〉. 관람객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데, 이곳에 걸음을 내딛는 순간 마치 순수한 정화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이곳에서 무엇보다 시선을 붙드는 건 벽면 작업이다. 멀리서 보면 섬세한 연필 소묘 같지만, 사실은 35,000개의 스테이플러 심을 박아 완성한 작품이다.
〈Black〉은 숯의 물성을 잘 보여 주는 공간이다. 멀리서 보면 단단한 검은 덩어리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빛의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숯의 질감이 감각을 확장시킨다. 켜켜이 쌓인 숯의 단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검정이라는 색 안에 수많은 빛과 결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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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eum SAN, Photo by Sangta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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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eum SAN, Photo by Sangtae Kim

마지막으로 야외에는 ‘무(無)의 공간’이라는 이름 아래, 높이 약 10미터에 이르는 브론즈 조각 〈Brushstroke〉 6점이 설치되어 있었다. 붓질의 질감을 입체로 확장한 이 작품들은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과 주변의 산 능선, 나무와 하늘의 흐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곰리와 이배 작가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나니, 두 작가가 서로 다른 물성의 매체를 다루고 있음에도 결국 비슷한 질문을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곰리의 철이 산소와 만나 녹슬며 어떤 본질을 드러내듯, 이배의 숯 또한 불을 지나온 몸으로 근원적 시간을 드러낸다. 서로 다른 재료를 사용하지만 두 작가 모두 자연과 생명, 그리고 에너지의 순환 속에서 물질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나는 그 흔적들 앞에서 인간 역시 거대한 순환의 흐름 속에 놓인 존재임을 새삼 깨달았다.


숯은 사라짐과 허무함의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결국 불에 타 버린 뒤 남은 
존재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불필요한 것들이 모두 타 버린 뒤 본질만 남은 
상태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숭고하게 느껴집니다. 뜨거운 불을 견디고 탄소로 남은 
존재. 죽음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어떤 시간과 흔적처럼 말이에요.”
(정연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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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너머,

고요한 공간들

〈본관을 나오면 신라 고분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는 스톤 가든, 즉 ‘돌의 정원’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품은 조지 시걸의 〈두 벤치 위의 연인〉이다. 

고요한 돌의 풍경 사이에 놓인 두 인물의 모습은 묘한 침묵과 여운을 남긴다.

스톤 가든 양옆으로는 명상관과 제임스 터렐관이 이어지는데, 그중 제임스 터렐관은 ‘빛과 공간의 예술가’라 불리는 작가의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그는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빛의 아름다움으로 상상 너머의 공간을 창출한다. 제임스 터렐관은 최대한 아무 정보 없이 들어가야 그 감동이 배가된다.

설명보다 먼저 몸의 감각이 반응하고, 공간 안에 오래 머물수록 스스로의 내면과 조용히 마주하게 되는 그런 곳이다.




ⓒJames Turrell, Skyspace-TWILIGHT RESPLENDENCE, 2012. Photo by Florian Holzhe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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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내일의 출근을 생각하면 멀리 떠나는 일조차 쉽지 않다. 그럴 때 〈뮤지엄 산〉은 혼자 찾아와 물멍과 산멍을 즐기며 조용히 머물기 좋은 곳이다. 외부와 잠시 단절된 채 내밀한 감각과 사유에 잠기기에도 좋고,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서로의 감상과 생각을 나누기에도 좋다. 그렇게 이곳에 머무는 시간 동안 일상을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아마 〈뮤지엄 산〉은 강원도의 많은 미술 교사들에게 그런 장소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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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산〉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미술관 건립을 고사했을 만큼 강원도 깊은 
산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외진 입지가 오히려 이곳만의 특별한 
풍경과 감각을 완성했고, 지금은 원주의 랜드마크이자 자부심으로 여겨지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뮤지엄 산〉은 단순한 미술관 이상의 특별한 공간입니다. 자연과 예술이 교감하고, 
이곳의 작품들은 마치 살아 숨쉬는 듯합니다. 이곳에서는 시간을 잊고 온전히 사유에 
길 수 있습니다. 특히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과 그 안에서 변화하는 감정은 
작품과 깊게 호흡하며 이곳에서의 경험을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한유진 선생님)

 



<뮤지엄 산>, 

어떻게 관람하면 더 좋을까요?



 



현직 미술 교사인 〈뮤지엄 산〉 도슨트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뮤지엄 산〉 도슨트 이채명(이포중학교 교사)

중학교 미술 교사이자 학교 안 전시 문화를 만들어 가는 큐레이터 이채명 선생님은 경기도교육청 지정 학교 갤러리 사업 운영자로 활동하며 학생들이 예술을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전시 공간을 기획하고 있다. 

주말에는 <뮤지엄 산> 자원봉사 도슨트로 건축과 예술, 공간의 이야기를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있다. 

원주에서 한지를 배우며 작가의 길을 경험하기도 한 그는 교사, 작가, 도슨트라는 다양한 시선을 바탕으로 예술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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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미술 교사이시면서 동시에 〈뮤지엄 산〉 도슨트로 활동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남편의 직장 때문에 주말 부부로 지내던 중 육아 휴직을 계기로 원주에 머물게 되었어요. 휴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복직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미술 교사로서의 감각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도 커졌지요. 그러던 중 예술적 전문성을 확장하고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뮤지엄 산〉의 도슨트 모집 공고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자원봉사 도슨트로서 누군가의 미술 감상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처음 방문하는 미술 교사들을 위해 〈뮤지엄 산〉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2013년 한솔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설립된, 해발 275m 산 위의 미술관입니다. 이름 그대로 공간(Space), 예술(Art), 자연(Nature)이 하나로 어우러진 곳이지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이곳은 건물뿐 아니라 플라워 가든, 워터 가든, 스톤 가든 등 2만 2천 평 부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노출 콘크리트 건축으로 잘 알려진 건축가이자 ‘빛의 건축가’, ‘물의 건축가’로 불리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 작품과 다양한 한지 관련 유물을 소장하고 있어 예술적 가치 또한 높습니다. 무엇보다 〈뮤지엄 산〉의 매력은 ‘빛과 그림자’, ‘걷는 경험’, 그리고 ‘자연과 건축의 관계’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뮤지엄 산〉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곳이 아니라, 자연 속을 천천히 걸으며 사유하고 지친 일상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뮤지엄 산〉의 전시는 어떻게 구성되나요?


전시는 종이 박물관과 청조갤러리, 그리고 다양한 특별관에서 펼쳐집니다. 전시 이외에 명상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종이 박물관은 종이의 역사와 다양한 종이 관련 유물을 소개하는 상설 전시 공간입니다. 청조갤러리에서는 기획전과 소장품전을 비롯해 백남준 작가의 작품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특별관으로 제임스 터렐관, Ground 안토니 곰리관, 명상관이 있습니다.
〈뮤지엄 산〉에서는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 소장품은 물론, 최근 큰 호응을 얻은 이배와 안토니 곰리 전시처럼 세계적인 현대 미술도 폭넓게 만날 수 있습니다. 〈뮤지엄 산〉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작품과 공간이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경험을 만들어 낸다는 점입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배치와 빛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며, 관람객들은 공간이 주는 특별한 감동을 경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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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방문하는 관람객이라면 어떤 동선으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하시나요?


많은 분들이 전시장만 보고 돌아가시는데, 사실 〈뮤지엄 산〉의 관람은 밖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입구에서부터 천천히 걸으며 정원과 빛의 공간 등을 경험하고, 본관 전시를 관람한 후 제임스 터렐관까지 이어서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관람 시간은 최소 3시간 정도, 가능하다면 4~5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박물관과 미술관뿐 아니라 특별관 한두 곳 정도는 함께 체험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공간을 온전히 누리고, 다양한 특별관을 경험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뮤지엄 산〉 도슨트 프로그램만의 특징이 있나요?


미술 작품뿐 아니라 공간과 건축, 자연을 함께 해설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뮤지엄 산〉에서는 건축 투어, 박물관 투어, 미술관 투어, 정원 투어(수요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건축 투어에 참여하면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과 공간의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도슨트 투어는 꼭 한 번쯤 참여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도슨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건축 투어는 매일 오후 1시와 2시에 본관 로비에서 현장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으며, 약 50분 동안 진행됩니다. 
박물관·미술관 투어는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운영되며, 총 1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본관 로비에서 선착순 20명까지 접수할 수 있고, 이어폰을 착용하고 관람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다만 프로그램은 현재 진행 중인 전시에 맞추어 구성된 것으로, 새로운 전시가 열리면 그에 따라 운영 일정, 프로그램 내용 일부가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전에 확인하시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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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산〉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관람 팁이 있을까요?


저는 언제나 “천천히 걷기”를 추천합니다. 발이 편한 신발을 신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방문하시면 좋겠습니다. 〈뮤지엄 산〉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장소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전시를 보고, 정원을 걷고, 잠시 벤치에 앉아 산을 바라보는 시간까지 더해질 때 비로소 하나의 경험이 완성됩니다.
빛을 매개로 새로운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제임스 터렐관은 꼭 방문해 보셨으면 합니다. 또한 시간이 허락한다면 자신의 내면을 만날 수 있는 Ground 안토니 곰리관,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명상관도 함께 둘러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뮤지엄 산〉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 주는 미술관입니다. 한 번의 방문으로 전시와 모든 특별관을 둘러보려 하기보다는, 계절과 날씨, 시간대를 달리해 여러 차례 찾아오시기를 권합니다. 자연과 공간, 그리고 전시를 충분히 음미하다 보면 보다 깊이 있고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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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뮤지엄 산〉을 찾게 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뮤지엄 산〉은 작품을 감상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진정한 ‘나’를 만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교사로서, 누군가의 엄마 또는 아빠로서 여러 역할을 하며 바쁘게 살아갑니다. 예술은 이런 나에게 잠시 멈추어도 괜찮다고 말해 줍니다.
언젠가 원주를 방문하게 된다면 하루쯤은 여유롭게 시간을 내어 〈뮤지엄 산〉을 걸어 보시길 바랍니다. 그곳에서 만나는 자연과 건축, 그리고 예술이 여러분에게도 작은 쉼표가 되어 줄 것입니다.


주소 (26357) 강원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뮤지엄 산
운영 시간 10:00~18: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문의 033-730-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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