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교사를 위한 예술 도서 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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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빠리 -
예술의 흐름을 바꾼
열두 편의 전시
| 지은이 박재연
| 펴낸 곳 현암사
| 연도 2024
미술사는 단지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시는 담론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미술사의 공백을 메우고 해석의 틀을 제공한다. 전시는 미술사를 반영할 뿐 아니라 이를 구성하고 창조하기도 한다. 오늘날 굳이 예술 작품을 소유하지 않아도 미술관이나 전시장 혹은 카페나 식당 등에서도 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벽에 걸린 회화, 공원에 서 있는 조각상, 스크린에 흐르는 디지털 아트까지,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예술가의 전시’ 개념이 등장한 것은 불과 2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물론 프랑스 혁명 이후 루브르궁이 박물관(museum)으로 개방되면서 일반 시민들도 예술품과 유물을 관람할 수 있게 되었지만, 요즘과 같이 특정 작가의 개인전이나 주제 또는 목적에 따른 기획전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세기 말이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시기, 유럽 문화의 중심이었던 파리에서 이루어졌던 대표적 전시 12선을 소개하고 있다.
당시 파리는 급격한 사회·문화적 변화를 겪고 있었다. 유럽 전역을 잇는 철도망이 구축되자, 파리지앵들은 이전보다 쉽게 노르망디 해안으로 떠날 수 있게 되었다. 파리는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과 그들이 가져온 문화로 더욱 다채로워졌다. 그러나 프랑스의 기성세대들은 보수적인 문화를 고집했고, 이는 젊은 예술가들의 격렬한 비판을 불러왔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펼쳐 보이고 싶었던 예술가들은 삼삼오오 모여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였다. 예술가들은 단지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사회 변화를 이끌기 위해 자신들의 예술을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홍보했다. 비록 초창기에는 숱한 무시와 비판을 감수해야 했지만, 이 시기 젊은 예술가들의 움직임은 결국 미술의 흐름을 바꾸었다. 이 책에 실린 열두 편의 전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그 시절 젊은 예술가들의 신념과 예술적 실천을 생생하게 그려 볼 수 있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 Ways of Seeing
| 지은이 존 버거(최민 역)
| 펴낸 곳 열화당
| 연도 2019
미술 평론가인 존 버거(John Berger)가 동명의 영국 BBC TV 프로그램 강의 내용을 기반으로 쓴 책이다. 제목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다양한 이미지에 대한 ‘보기(Seeing)’ 방식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미술에 대한 새롭고 다양한 관점의 질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회화뿐 아니라, 광고와 미디어 이미지 등 다양한 사회적 이미지에 대한 시각을 일곱 편의 에세이로 풀어냈다. 독특한 것은 이 중 세 편이 텍스트 없이 이미지로만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시각 이미지를 보는 것만으로 그 저변에 깔려 있는 이데올로기와 사회적 메시지를 읽어 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 책은 미술을 포함한 현대의 시각 문화가 어떠한 관점으로 형성된 것인지를 알려 주는 한편,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적 서술 방식을 제시한다. 가령 오랜 역사 속에서 표현된 여성의 이미지를 회화뿐 아니라 광고 등에서 가져와 나열하면서, 사회가 여성의 신체를 어떤 관점으로 인식해 왔는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대중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시각 이미지를 소비하며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의미하다. 저자의 시선을 빌려 SNS나 동영상 플랫폼에서 유행하는 밈과 같은 단편적 이미지, 짧은 동영상 속에 내재한 사회적 메시지에 대해 토론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최근 다양한 시각 효과를 사용하고 있는 K-POP 뮤직비디오를 비롯해 영화, 드라마 등의 이미지와 예술 작품을 연결하면서 예술과 시각 이미지의 상호 관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존 버거는 이 책에서 ‘보기’에 대한 정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기존의 관습에 문제를 제기하고 더 다양한 시각의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물론 중요한 것은 이를 적극적으로 시도해 보는 것이다.

미술관에 간
수학자
| 지은이 이광연
| 펴낸 곳 어바웃어북
| 연도 2018
수학자인 저자가 미술을 통해 연상한 수학적 지식을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다. 선원근법이나 황금비율과 같은 수학적 지식을 미술에 직접 활용하여 미술과 수학의 융합적 사례를 설명한다.
저자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 등장하는 수많은 고대 철학자 중 인류 최초의 여성 수학자인 히파티아를 비롯하여 제논, 유클리드 등 여러 수학자들을 소개하며 그들의 수학 이론과 업적을 설명한다. 또한 시각 예술의 표현에서 선형 방정식을 넘어 비선형 방정식을 생각했던 수학적 사고의 전환을 찾기도 하고, 마방진, 기하학, 양자역학 등 당대 사회에서 유행하고 담론을 형성하였던 관점들을 예술 작품을 통해서 설명하기도 한다.
수학자의 상상력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대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저자는 미술관에서 올바르게 작품을 감상하는 거리를 삼각 함수로 풀기도 하고, 유명 커피 브랜드의 로고인 그리스 신화 속 바다의 신 세이렌을 통해 음악과 소리의 수학까지 이야기를 확장시켜 간다.
저자는 동양과 서양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수학과 인문학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미술을 바라본다. 영국의 낭만주의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가 뉴턴과 창조주를 표현할 때 사용했던 컴퍼스의 형태가 고대 아시아 신화에서 세상을 창조한 신인 ‘복희’의 이미지에도 나타난다는 점을 제시하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 세상의 창조에 수학적 사고가 기반이 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신인상주의 화가 쇠라가 사용한 점묘법을 현대 비디오 아트의 화소 및 디지털 이진법과 관련짓기도 한다.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저자의 연상과 재치가 돋보이는 책이다. 예술을 다양한 분야와 연결해 보려는 시도는 인지력과 창의력을 성장시키는 토대가 된다.

민화는 민화다
| 지은이 정병모
| 펴낸 곳 다할미디어
| 연도 2017
‘민화(民畵)’는 ‘백성을 위하여 백성이 그린 그림’이라는 의미로, 일제 강점기 일본인 민예학자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悦)가 처음 명명한 말로 알려져 있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일본인이면서도 당시 조선 문화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그 가치를 인정했다. 그는 작가의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아 역사에서 쉽게 잊힐 수 있었던 우리 민화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이를 수집했다. 야나기 무네요시 이외에도 조선의 민간 문화에 관심을 가졌던 몇몇 외국인들이 시장에서 쉽게 사고 팔리던 민화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취미로 민화를 그리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새롭게 조명하는 흐름이 생기면서 민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오랫동안 민화를 연구해 온 정병모가 자신이 수집한 민화 도판과 이와 관련한 내용을 쉽게 풀어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민화는 도화서(圖畫署) 같은 기관의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이 그린 그림으로, 작가가 누군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그림의 형태와 필치 등이 자유분방하고 개성적이다. 또한 민간의 수요에 부응해야 했기에, 민화를 그리는 이들은 입신양명, 부귀영화, 만수무강 등 인간의 행복을 기원하는 다양한 상징적 요소들을 그 속에 담았다.
민화의 의미와 특성을 다양한 도판과 함께 풀어내 민화의 세계를 흥미롭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다시 쓰는
착한 미술사
| 지은이 허나영
| 펴낸 곳 타인의사유
| 연도 2021
왕을 중심으로 역사가 기술되었듯이, 미술사도 각 시대의 이데올로기 혹은 역사를 기술한 사회의 관점에 따라 쓰여 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미술사는 대개 18~19세기에 확립된 ‘양식사’와 20세기 초의 모더니즘적 시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르네상스는 현실의 환영을 완성한 4대가를 중심으로 기술되고, 현대 미술의 시작을 연 인상주의는 천재적 예술가들의 이야기로 그려진다. 하지만 미술사라는 무대에는 화려한 조명을 받는 주연 이외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역사를 만들어 간 조연들이 있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조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주로 올림포스 신에 대한 공경의 의미로 이상적인 신의 모습을 조각했다. 하지만 신이 아닌 당시 사람들의 삶의 자취가 남아 있는 조각들도 존재한다. 이 책에서는 아테네 시민이었던 한 여인의 묘비 조각을 통해 당시의 일상적 삶의 모습을 유추해 본다. 또한 기독교가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중세에 자신의 부와 권력을 뽐내기 위한 목적으로 화려한 기도서를 만들었던 베리 공작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그리고 몇 해 전 우리의 생활을 멈추게 했던 코로나 팬데믹처럼, 흑사병으로 힘겨웠던 시기를 종교의 힘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이들의 바람이 르네상스 예술을 만개시키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음을 보여 준다. 이 책에서는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돌아본다면 그 가치와 의미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작품들의 이야기도 소개한다.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아시아 등지에 식민지를 만들어 가던 시절, 이들은 제국주의 문화의 관점으로 식민지를 계몽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차별과 희생이 따랐고, 그 흔적은 당시에 제작한 예술 작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책은 그러한 흔적들을 오늘의 시각으로 다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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