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미술 교사를 위한 예술 도서 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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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마지막 그림
| 지은이 이유리
| 펴낸 곳 서해문집
| 연도 2016
| 글 박지언(문산북중학교 교사)
영원히 살 것처럼 사는 누군가에게 남기는,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았던 누군가의 마지막 이야기
‘저 위대하고 대단한 미술사 책 속의 미술가들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어떤 작품을 남겼을까?’
《화가의 마지막 그림》이라는 제목에서 유명 미술가들의 대표 작품들은 어렵지 않게 떠올렸지만, 정작 그들이 죽음 직전에 어떤 작품을 남겼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알려진 미술사 책이나 미술 교과서 속에서, 미술가들은 시대순으로 나열된 예술 사조의 한 부분으로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역사적 흐름에 따른 순서가 아닌, 인생의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주제를 기준으로 미술가를 바라봅니다. 총 19명의 미술가의 마지막 작품을 통해 그들의 삶을 들려주지요. 간절한 사랑, 개인과 시대의 고통 속에서도 피어난 희망, 예민함 속의 고통과 상처, 화려한 성공 뒤 숨겨진 그림자 등 주제별로 4~5명의 미술가를 묶고, 그들의 마지막 작품과 삶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모든 인생을 풀어낼 만큼의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미술가들이 마치 나의 가까운 지인이 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제야 그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미술사 책 속에 위대하고 훌륭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미술가가 아닌, 그들 또한 나와 같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와 삶에 맞서 살았던 한 인간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많지 않은 미술 시간 중에서 감상이나 미술사 영역은 지식 위주의 이론 수업으로 흐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끄럽지만 저 또한 평가를 위해서라는 핑계로 요점만 간략하게, 외울 것만 짚고 빠르게 넘어가는 식의 수업을 자주 했습니다. 작가의 마지막 순간을 비중 있게 다룬 경우는 고흐 정도였을까요?
‘죽음’이라는 주제는 학교에서 다루기에 심리적 장벽이 높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지금 학생들이 겪고 있는 고민과 상처, 어려움을 비슷하게 겪었으면서도 이를 이겨 낸 여러 미술가의 사례를 잘 활용한다면,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말하는 이 책으로 꽤 의미 있는 미술 감상 수업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죽음을 통해 결국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동료 미술 교사에게 남기는 메모
⇨ 미술 교사로서 도움받을 수 있는 점
미술가 개인의 역사를 통한 미술사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저자는 다른 저서에서도 흥미로운 관점으로 미술을 바라보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미술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이 책과 함께 살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 미술 수업 활용 팁
학생들은 자신의 고민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던 미술가를 탐색하며, 그의 삶과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또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남기고 싶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이를 표현 활동으로 이어 가 볼 수도 있습니다.

내 이름은
빨강
| 지은이 오르한 파묵
| 펴낸 곳 민음사
| 연도 2019(전2권)
| 글 서어진(온양용화고등학교 교사)
그림에 남긴 흔적으로 범인을 찾는다!
미술사를 바탕으로 범인을 추리하는 소설
이 책을 처음 접했던 건 집 근처 도서관 해외 소설 코너였습니다. 튀르키예 여행을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아 오르한 파묵이라는 소설가를 알게 되었는데, 그의 소설을 찾아보던 중 ‘내 이름은 빨강’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튀르키예 궁정 세밀화가들을 등장인물로 설정한 점도 인상적이었고요.
책의 제목에 비해 ‘빨강’이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색채인 ‘빨강’도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입니다. 살인범과 살해 동기를 찾아가는 추리 소설의 형식인데, 각 챕터마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화자가 계속해서 바뀝니다. 이미 시체가 된 화가, 화원장과 동료들, 범인 등 인물이 서술자가 되는 것은 물론, 그림 속 개나 나무, 심지어는 색채인 ‘빨강’도 서술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갑니다.
또 이 소설이 흥미로웠던 점은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미술사적 지식이 활용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세밀화가의 죽음이 동서양의 화풍, 나아가 이슬람의 신 중심 문화와 유럽의 인간 중심 문화가 충돌하는 지점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소설은 단순한 화풍의 대립을 넘어 지리와 종교, 사상이 유기적으로 얽힌 문화적 갈등, 그리고 그 속에서 고뇌하는 예술가의 실존을 생생하게 그려 냅니다. 덕분에 읽는 내내 깊이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의 진가는 흥미를 넘어 미술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이끌어 내는 데 있습니다. 소설의 문장 하나하나가 미술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문장의 깊은 뜻을 풀이하며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제가 가르치고 있는 ‘미술’이라는 과목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원론적인 질문인 ‘미술이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예술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본다는 것은 무엇이고, 그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림 그리는 사람과 그것을 가르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이야기를 위한 그림과 예술을 위한 그림 중 어떤 것인 진짜 예술인가?’, ‘미술은 기술을 가르치는 것인가, 개성을 끌어내는 것인가?’와 같은 질문에 이르기까지, 책 속 문장들이 마중물이 되어 제 안의 무수한 질문들을 수면 위로 끄집어 올려 주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미술 수업은 이래야만 해.’, ‘이 장르는 이렇게 가르쳐야만 해.’와 같은 고정 관념이 생겼는데, 이 소설은 이처럼 고착화되어 있던 생각을 유연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사유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미술 수업에 대한 철학을 다시 세우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자연스럽게 제 수업 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동료 미술 교사에게 남기는 메모
⇨ 미술 교사로서 도움받을 수 있는 점
미술에 관한 새로운 영감을 주고, 철학적 사유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동안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다양한 사유를 끌어내고 싶으신 분께 추천드립니다.
화풍을 단서로 작품에 관한 미술사적 사실을 추리하는 게임을 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보이지 않는 ‘서명’ 만들기 수업과 연계해 볼 수 있습니다. 세밀화가들은 자신의 그림에 서명을 할 수 없었지만 화풍을 통해 자신을 드러냈습니다. 이런 점을 참고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필치나 문양을 작게 디자인하여 작품에 숨겨 보는 활동도 해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디지털 수업으로 발전시키면 위작 방지용 NFT 디자인 수업으로도 연계할 수 있습니다.

현대 미술
강의
| 지은이 조주연
| 펴낸 곳 글항아리
| 연도 2017
| 글 유주희(서산공업고등학교 교사)
파편화된 암기에서 사유의 맥락으로,
미술을 다시 읽는 지적 쾌감
학교 발령 1년 후, 나보다 열다섯 살이나 어린 신입 교사를 마주했을 때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참 늦은 나이에 교사가 되었고, 당시 준비했던 임용 공부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음을 말입니다. 미대를 다닐 때만 해도 내게 미술은 캔버스 위에 색을 올리고 기법을 연마하는 ‘그리는 행위’ 그 자체였고, 나는 그 조형적 유희에 순수하게 몰입하는 시간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임용을 준비하던 시기의 미술 공부는 철저히 직업을 얻기 위한 수단적 학습이었습니다. 작가 한 명 한 명의 기법, 시대적 배경, 작품의 이미지를 철저히 분절시켜 외워야만 했습니다. 지식은 파편화되어 있었고, 예술을 마주하는 설렘보다는 정답을 찾아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앞섰습니다. 미술 교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었지만, 역설적으로 그때 미술은 내게서 가장 멀어져 있었습니다.
그 무렵 만난 이 책은 단편적 지식에 머물러 있던 내게 ‘전체 맥락’이라는 새로운 안경을 씌워 주었습니다. 미학 전공자인 저자는 미술을 개별적인 이미지나 기법의 나열로 보지 않고, 사조의 단절과 연속, 부정과 수용이 교차하는 거대한 미학적 이론과 사고의 틀로 묶어 냅니다.
보통 조각가 브랑쿠시를 설명할 때는 ‘장소 특정성’, ‘탈맥락화’, ‘형의 단순화’ 같은 딱딱한 전문 용어가 동원됩니다. 저자는 이런 어려운 단어들의 건조한 나열 대신, 일상적이고 쉬운 언어로 미학적 진실을 우아하게 짚어 냅니다. 풍경과 건축에서 벗어난 모더니즘 조각을 다음처럼 설명합니다.
“세워진 장소를 긍정하지도 않고 또 자신 바깥의 세계를 재현하지도 않기에, 모더니즘 추상 조각은 20세기 초 당연히 이해의 문제를 일으켰다.”
현대 미술이 난해한 이유에 대한 쉽고도 우아한 변론입니다. 어려운 미학 용어 하나 없이 모더니즘 미술의 독립성을 설명합니다. 이런 문장들이 가슴을 설레게 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사조와 사조가 파편적으로 나열되지 않습니다. 앞선 시대의 논리가 어떻게 다음 시대의 표적이 되어 새로운 공간으로 뻗어 나가는지 그 긴밀한 흐름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치밀한 인과 관계 속에서 모든 맥락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장면들은 짜릿한 지적 쾌감을 선사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자, 미술이 더 이상 외워야 할 숙제가 아니라, 당대의 고민을 뚫고 나온 필연적 결과물로 다가왔습니다. 논리가 세워지자 비어 있던 감각의 공간이 생동감으로 다시 채워졌고, 비로소 미술을 순수한 몰입으로 다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수단으로서의 공부에 매몰되어 미술이 팍팍한 텍스트로만 느껴질 때, 이 책은 예술의 본질을 거시적으로 꿰뚫어 볼 용기를 줍니다.
미술을 이해하고자 하는 동료 교사들이라면 반드시 거쳐 가야 할 이정표 같은 책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추천드립니다.
동료 미술 교사에게 남기는 메모
⇨ 미술 교사로서 도움받을 수 있는 점
개별 작품의 특징을 나열하고 암기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 ‘왜 이 작품이 이 시대에 등장해야만 했는가’에 대한 입체적인 안목을 넓혀 줍니다.
‘재현의 거부와 순수 미술의 탄생: 미술은 왜 세계를 똑같이 그리기를 멈추었는가?’, ‘순수 미술을 파괴한 반예술: 일상과 예술의 경계는 어떻게 무너졌는가?’, ‘미술관의 보석이 된 예술: 왜 모더니즘은 장소를 지웠는가?’와 같은 주제로 수업을 진행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림에,
마음을 놓다
| 지은이 이주은
| 펴낸 곳 아트북스
| 연도 2018
| 글 이정화(진영장등중학교 교사)
마음이 지치고 힘든 날,
그림 앞에서 위로를 받다
동료 미술 교사에게 남기는 메모
⇨ 미술 교사로서 도움받을 수 있는 점
힘들고 바쁜 하루 일상에서 그림을 통해 마음을 회복하는 작은 루틴을 배울 수 있어요.
학생들에게 명화 한 점을 선택하게 한 뒤, 작품을 보며 떠오른 감정이나 경험을 짧은 글로 표현해 보게 합니다. 이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같은 작품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고 해석할 수 있음을 경험하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도 그림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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