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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이야기

미술 수업 방법 및 자료, 교육과정 등 미술 수업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다룹니다.

새 학교, 새 학기의 첫 미술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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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5. 07.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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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과 떨림, 설렘이 교차하는 새 학교, 새 학기의 첫 미술 시간.

미술 교사들은 어떤 미술 수업으로 첫 만남의 낯섦을 녹여 내고 있을까?

첫 시간의 어색한 공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환기시키며, 

예술을 매개로 소통과 배움의 장을 열어 가는 다섯 명의 미술 교사를 만나 본다.



| 에디터  이진화




새로운 학교에서의 새로운 목표


| 글  홍승아(문산중학교 교사)


교직 경력이 20년 가까이 되어 가지만, 새로운 학교에서의 첫 수업은 언제나 긴장이 된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첫 수업에 들어간다. 내 소개를 간단히 한 후 아이들의 눈빛을 보니 가슴이 설렌다.

나는 항상 첫 수업 시간에는 아이들의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 미술 작가 맞히기와 컨투어 드로잉을 한다. 처음에는 눈치 보느라 대답을 하지 않던 아이들도, 어느새 자기가 아는 작가가 나오면 손을 번쩍번쩍 들기 시작한다. 첫 수업의 어색했던 분위기가 어느 정도 풀리고 나면, 친구 얼굴을 관찰하고 그리는 컨투어 드로잉을 시작한다. 종이를 보지 않은 채로 친구 얼굴만 보고 그림을 그리면서 아이들도 조금씩 긴장을 푼다. 서로의 그림을 보고 낄낄대며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양은선, <내 친구 얼굴>


나는 이번에 새로 옮긴 학교에서 모든 학년을 다 가르치게 되었다. 처음에는 수업이 부담스럽고 걱정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학생들의 웃는 표정과 기대에 찬 눈빛은 이런 마음을 조금씩 사라지게 했다. 어느새 3월은 지나가고, 나는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아이들과 매시간 즐거운 수업을 하고 있다.

올해 유독 내 눈에 띄는 아이가 한 명 있다. 그 아이는 준비물을 잘 가져오지도 않고, “저는 그림을 못 그려요.”, “저는 미술에 재능이 없어요.”, “저는 뭘 해도 안 되는 애예요.”라며 모든 말을 부정적으로 한다. 그런데 그 아이가 밉지 않고 자꾸만 눈길이 갔다. 어느 날 수업이 끝난 후 그 아이에게 왜 부정적인 말만 하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대답하기를, 아빠는 항상 자기에게 ‘뭘 해도 안되는 놈’이라고 한단다. 그 말을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

이 아이로 인해 올해의 목표가 하나 생겼다. 그것은 바로 이 아이가 본인 스스로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매시간마다 이 아이에게 장점을 하나씩 찾아서 이야기해 준다. 선을 반듯하게 잘 긋는 날에는 “너는 선을 반듯하게 잘 긋네.”, 자리 정리를 잘한 날에는 “오늘 자리 정리는 너무 깨끗하게 잘했네.”라고 이야기해 준다. 오늘 수업 시간에는 이 아이가 처음으로 나에게 긍정적인 말을 했다. “선생님, 저 선 반듯하게 잘 그었죠?”라고……

한 달 만의 변화다. 올 한 해 이 아이의 성장이 기대된다. 나는 올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 아이와 함께 더욱 노력해 보려고 한다.




‘나무’로 시작한 2025년의 미술 수업


| 글  윤주일(숙명여자중학교 교사)


2025년. 무려 5년 만에 중학교 1학년 여학생들과 미술 수업을 하게 되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되는 학년이라 교과서가 새롭게 바뀌었지만, 2025년의 첫 수업은 교과서 내용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진행해 보았다.

1학년 학생들은 초등 미술에 대한 경험치가 다양하기 때문에 미술에 대한 선입견을 줄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미술과 관련해서 아이들이 습관처럼 내뱉는 말들, 즉 “미술은 이쁘게 꾸미는 거예요.”, “저는 미술에 재능이 없어요.”와 같은 반응으로부터 아이들의 다양한 선입견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수업을 구성한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미술에 대한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조금 더 자유로운 태도로 미술을 만나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하다가 오래전에 했었던 ‘나무 오리기’ 활동을 떠올렸다. ‘나무 오리기’는 A4 한 장과 가위만 있으면 되는 활동이다.

간결하지만 일상에서 미술로 다가가는 과정과 미술의 핵심 개념, 조형적 특징과 원리를 배울 수 있는 활동이다. 첫 수업으로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수업을 처음 설계한 선생님은 알 수 없지만, 나만의 방법으로 이 수업을 재구성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A4 용지를 반으로 두 번 접은 후, 접은 선을 따라 가위로 오린다. (4개의 직사각형이 생긴다.)


2. 다시 4개의 직사각형을 각각 반으로 접은 상태에서 아래의 각 단계에 제시된 나무의 형태를 오려 낸다. 

이때 종이를 접은 면에서 나무 형태의 절반만 오려 펼치면 나무의 완성된 형태가 되게 한다.

각 단계가 끝날 때마다 순차적으로 오려 낸 것들을 칠판에 한 줄로 붙인다.

1단계: 나무  ‣  2단계: 나무 같은 나무  ‣  3단계: 세상에 없는 나무


3. 학생 활동이 끝나면 감상 활동을 진행한다.

1011b6b224fd3da460373f16be50da2d_1751678013_29.png 칠판에 붙인 나무 오리기 활동

1단계의 ‘나무’는 평범한 일상을 의미한다. 학생들이 오려 낸 나무의 형태는 대체로 단순하다. 1단계의 나무부터 복잡하고 정교한 형태라면, 그 학생은 평소 여유 있고 생각과 경험이 풍부한 학생일 확률이 높다.

2단계의 ‘나무 같은 나무’는 보다 세밀하고 사실적인 형태의 나무이다. 나무라는 대상을 깊이 생각하고 만들어야 하는 단계로, 나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더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세상에 없는 나무’를 만드는 3단계는 상상력을 표현하는 단계이다. 독특하고 재미있으며 자유로운 형태가 표현되도록 한다. 구상에서 추상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비유할 수 있다. 다양하게 변용이 가능한 1~2차시의 간결한 활동이지만 그 안에 담긴 배움은 적지 않다. 평범한 일상에서 출발한 미술 창작 활동으로 창작자의 상상력과 독창성, 개성 표현, 구상과 추상의 개념, 조형 원리 등 미술의 여러 핵심 개념들을 학생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즐거웠던 2025년 3월의 첫 미술 수업이다.





엄마 더하기 선생님의 첫 미술 수업


| 글  반진주(광주고등학교 교사)


뜨거웠던 2024년 8월. 신규 미술 교사로서 맞이했던 2016년 3월보다 더 설렜다.

육아휴직을 한 후 4년 6개월 만의 복직이었기 때문이다. 학교를 비운 사이 전 세계가 팬데믹에 빠졌고, 의도치 않게 학교도 빠른 속도로 큰 변화를 겪었다.

복직자 대상 연수에서 ‘에듀테크’라는 단어가 마음을 무겁게 했다. 강사님들이 알려 주는 모든 걸 흡수하기 위해 매우 집중하며 수업을 들었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배움의 즐거움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내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내가 커리어를 가진 한 사람으로 느껴져서 뿌듯했다. 하지만 자신감이 쉽게 생기지는 않았다. 변해 버린 학교에서 잘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아이를 키우며 반복되는 실패에 학습된 나머지 무기력해져 버린 건 아닐까? 제왕 절개 수술 후 마취제를 많이 맞아서 기억력이 나빠진 건 아닐까? 아이가 없을 때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늘 지쳐 쓰러졌던 나인데, 아이를 키우면서 학교 일을 병행한다는 것이 너무 비현실적인 건 아닐까? 별별 생각과 걱정들이 계속 맴돌았다.

나는 학생들이 미술 수업을 기대하고 즐기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언제나 공들여 수업을 준비했다. 하지만 ‘수업을 잘하는 선생님’이면서 ‘내 아이에게도 충분한 사랑을 주는 훌륭한 엄마’로 공존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에 대한 답을 내는 것이 가장 두렵고 또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결론은 두 역할 모두 포기하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완벽하지는 못하겠지만 최선을 다하기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늘 떠올렸던 말,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준비뿐이다.’


나는 마음의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준비를 해 보기로 했다. 복직 6개월 전부터 에듀테크 강의들을 찾아 들으면서 연습을 했다. 미술 교과서들을 살펴보며 4년이 넘는 시간을 채우려 노력했다. 아이에게 ‘일하는 엄마’가 낯설지 않도록, 2주 동안 아침에 아이와 헤어지는 연습도 천천히 해 나갔다.

드디어 첫 수업 날, 아침부터 분주하게 선생님으로 ‘변신’하고 당당하게 교실 문을 열었다. 손발이 차가워지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려 애썼다. 프레젠테이션 플랫폼인 ‘아하 슬라이드(AhaSlides)’를 활용해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아하 슬라이드’는 ‘PPT’나 ‘프레지’와 달리 실시간으로 학생들과 상호 작용할 수 있다.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긴장이 풀렸고, 나와 학생들 모두 수업에 재미를 느끼며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휴직 전에 미술 이론 수업을 할 때에는, 먼저 강의식으로 수업을 진행한 후에 아이들의 개념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게임을 많이 활용했다. 그 당시에는 게임 프로그램들이 많지 않아서, 빙고나 직소를 활용한 팀 게임을 만들어서 진행했다. 이번에는 퀴즈 게임을 할 수 있는 ‘블루킷(Blooket)’을 활용해서 기초 조형 이론(조형 요소와 원리) 수업을 했더니, 모든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즐겁게 참여했다. 졸거나 한눈파는 학생이 없었다. 핸드폰 게임에 익숙한 학생들에게는 아주 만족도가 높은 수업이다. 단점이 있다면 신나게 분위기를 띄우며 게임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많이 소진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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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킷’을 활용한 기초 조형 이론 수업

수많은 걱정들 때문에 배우게 되었던 에듀테크들. 물론 이것들을 수업에 모두 사용하지는 않지만, 나름 꽤 괜찮은 수업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미술 수업에 재미있게 참여하는 모습을 볼 때 매우 뿌듯하다.

주중에는 미술 교사로서 살아가야 하므로, 주말에는 온전한 한 아이의 엄마로 지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가끔 삐걱거리기도 하지만 교사와 엄마로서의 역할을 그럭저럭 해내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막 세 돌이 지난 아기는 다행히도 일하는 엄마를 잘 받아들여 주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보면 우리 아이의 미래가 보이는 것 같고, 집에서 우리 아이를 보면 학생들의 마음이 더 깊게 느껴지는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중 가장 잘게 시간을 쪼개서 쓰고 있다. 그렇게 성실하지 않았던 내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었던 건 아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엄마이면서도 선생님으로 살아가는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중 1 병아리들과 함께한 3개월간의 대장정


| 글 이은지(진해용원고등학교 교사)


중학교를 막 올라온 아이들은 끝도 없이 활발하고 명랑하다. 아이들의 이런 에너지가 미술 활동을 통해 긍정적으로 분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보건 과목과 연계 수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몸’과 관련된 주제를 미술과 결합하면 어떨까? 그렇게 아이들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 수업, 바로 ‘건강백과사전’ 만들기를 구상하게 되었다.

‘건강백과사전’ 수업은 내가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먼저 내가 우리 몸에 대해 공부하고 난 뒤, 보건 선생님께 이 내용을 확인하며 자료를 제작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우리 몸을 ‘소화기계’, ‘호흡기계’, ‘순환계’, ‘뇌’, ‘근골격계’ 등으로 나누어 소개한 후, 각 그룹에 속해 있는 장기의 생김새, 대표적인 질병과 증상을 설명했다. 소장, 대장, 항문과 같은 장기를 소개할 때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재미있어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렇게 첫 시간에 몸에 대한 지식을 설명한 후, 모둠원 구성을 위한 제비뽑기를 했다. 그리고 일주일간 모둠이 선택한 장기의 이름, 증상, 질병의 원인과 예방법을 모둠원들이 분담하여 조사하는 과제를 냈다. 일주일 뒤 각 모둠이 선택한 장기 명칭을 활동지에 작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마인드맵을 그리게 했다. 여기에 더해 백과사전 구성의 아이디어 스케치도 진행하게 했다. 아이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며 제법 진지하게 활동에 임했다. 이후에는 각 모둠별로 4절 도화지를 한 장씩 나눠 주고, 백과사전 한 페이지를 제작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4명으로 구성된 모둠에서 글 작성하기, 그림 그리기, 자료 정리하기 등 각자의 역할에 따른 활동을 수행했다.


모둠별로 작품을 제작한 후 다른 친구들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 모둠은 PPT를 제작하고 이를 토대로 작품 발표를 진행했다. 작품 발표 시간에 아이들에게 강조했던 것은, 친구들의 설명을 경청하는 자세를 갖출 것,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할 것, 이 두 가지였다. 아이들이 발표에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발표 전과 후에 자기 평가 및 동료 평가를 하도록 했다. 발표하기 전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자기 평가를 먼저 하고, 다른 모둠의 발표를 들은 후에는 새로 알게 된 지식, 칭찬할 점과 아쉬운 점을 작성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발표뿐만 아니라 질의와 응답까지 훌륭하게 해냈다. 본인의 결과물에 애정을 가지고 진중하게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중1 학생들이 수행하기에는 난도가 높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프로젝트였다. 여러모로 많이 힘들었을 텐데도 매시간 즐거워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아이들은 자료 조사부터 최종 결과물을 완성하는 과정까지 매 순간 집중력을 발휘했고 프로젝트 종료 후에는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 줬다. 나 또한 아이들과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고, 이 수업 경험은 나에게 폭넓고 깊이 있는 수업 연구를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처음’과 ‘처음’이 만나는 미술 시간


| 글 김양희(야탑중학교 교사)


“사랑합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미술 수업을 책임질 김양희 선생님입니다.”

올해 9년 만에 처음으로 학교를 옮겼다. 2016년 신규로 발령받았던 광수중학교에서 야탑중학교로 옮기게 된 것이다. 무슨 특별한 이유 때문에 광수중학교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머물렀던 건 아니었다. 처음 3년은 미술 시간에 어떻게든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며 보냈다. 그러다 마주한 2019년 한 해는 무척이나 힘들었다. 2학년 학생들의 수업을 맡았는데,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고…... 매일 반복되는 날들에 마치 내가 앵무새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서 수업에 대한 설명을 영상으로 찍어 아이들에게 보여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면 수업이 좀 더 편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작심하고 유튜브 채널까지 만들었다.


“킹냥이 작업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호기롭게 시작한 영상 제작. 다행히도 영상을 만들면 만들수록 재미가 붙었다. 퀄리티 좋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 장비를 좋은 것으로 바꾸어 가면서, ‘통장’은 ‘텅장’이 되어 갔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 19가 우리들의 일상을 멈추게 했다.

갑자기 영상 콘텐츠를 찾아서 링크를 걸어 주고, 학생들에게 아침마다 모닝콜을 돌려 가며 컴퓨터 앞에 앉히는 일이 주요 업무가 될 정도였다. 그런데 반복적인 설명이 힘들어서 만들었던 영상들은 코로나를 만나면서 진가를 발휘하게 되었다.

“선생님 저도 구독했어요! 저도 영상에 나올래요!”

적극적으로 참여를 갈망하는 아이들도 많았지만, 슬쩍 지나가는 장면에 자신의 바지 일부가 나왔다고 영상을 내려 달라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영상 콘텐츠는 교육적으로 많은 장점이 있다. 나의 영상 콘텐츠를 접한 아이들은 나를 더 친근하게 맞아 주고, 수업 시간에도 적극적인 모습들을 보여 주었다.


코로나가 수그러들자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상 회복에 힘썼다. 영상 제작보다는 교실 현장에서 학생들과 교감을 나누는 데 애썼다. 자연스럽게 유튜브 채널의 콘텐츠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런데 에듀테크가 영상 콘텐츠를 넘어 전자 칠판의 형태로 학교 교실로 들어왔다. 이후 크롬북으로 다양한 형태의 지식들을 정리한 영상을 제작해서 수업 시간에 활용했다. 이렇게 광수중학교에서 9년을 보냈다. 물론 나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몰랐다.


2025년, 올해 처음으로 학교를 옮기고 다시 새로운 아이들과 첫 수업을 했다. 이곳에서는 2개 학년 18개의 반을 맡아 수업을 하게 되었다. 첫 수업을 진행하면서 다시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학생들의 수업 태도는 좋지만, 여전히 질병 결석이나 여러 이유로 학생들이 수업에 빠지는 상황이 많이 생긴다. 이럴 때 영상 콘텐츠는 매우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다. 물론 유튜브 채널은 아이들과의 소통을 위한 매체로도 아주 효과적이다. 나와 새롭게 만나는 아이들이 경계를 풀고 나에게 다가와 주는 데에는 유튜브 채널이 한몫을 한다.


나는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유튜브 채널을 꾸려 가려 한다. 어떻게 보면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간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유튜브를 시작할 때의 ‘처음’의 마음을, 새 학교의 ‘처음’의 시간에 다시 떠올리는 셈이다. ‘처음’과 ‘처음’이 만나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오늘, 그 시작은 나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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