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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이야기

미술 수업 방법 및 자료, 교육과정 등 미술 수업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다룹니다.

에듀테크를 활용한 꼬꼬무 서양 미술사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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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5. 07.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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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소현(선유중학교 교사) 

| 에디터  황유진

  “ 선생님, 

    살바도르 달리는 

    왜 시계를 녹였어요? 

서양 미술사 수업 중 한 학생이 툭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저는 미술사에 대한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이런저런 예를 들며 자세하게 설명해 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질문들이 ‘탐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파편적인 정보 속에서 피어난 일회성 호기심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스스로에게 묻곤 했지요. ‘아이들은 미술사 수업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미술사 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과연 무엇을 얻어 가고 있을까?’라고 말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서양 미술사 수업>은 바로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아이들의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질문이라도, 이것이 또 다른 질문으로 확장되면서 계속 이어져 나가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나의 질문이 다음 질문을 낳고, 점차 자신의 탐구로 발전해 가는 깊이 있는 배움의 흐름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이 수업이 단순한 구상에 그치지 않고 끝까지 실현될 수 있도록 도와준 든든한 조력자는 바로 AI였습니다. 저는 AI가 다양한 관점의 질문에도 그에 맞는 피드백을 제공하며 학생들의 사고의 확장을 도와주고, 교사의 손이 미처 닿지 못하는 미세한 부분까지 보완해 주는 성실한 보조자가 되어 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차시별 수업 내용

1차시  서양 미술사의 전반적 흐름 이해하기

2차시  생성형 AI로 미술 사조 탐색하기

3~4차시  숏폼 콘텐츠 제작을 위한 스토리보드 작성하기

5~7차시  미술사 숏폼 콘텐츠 제작하기 

8차시  결과물 발표 및 돌아보기




1차시  서양 미술사의 전반적 흐름 이해하기

본격적인 AI 활용 학습에 앞서, 1차시에는 학생들과 함께 서양 미술사의 큰 흐름을 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생들에게 고대 조각에서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이미지들을 보여 주며, 서양 미술의 흐름과 그 안에서 변화해 온 사조들을 간략히 소개했지요. 그다음에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시대의 대표작들을 제시하고, 가장 마음이 끌리는 작품을 하나씩 골라 보게 했습니다. 작품을 모두 고른 후에 학생들에게 ‘그 작품이 왜 좋았는지’, ‘이 작가는 어떤 사람일 것 같았는지’ 등에 대해 물었고, 아이들은 짧은 글로 혹은 소소한 말로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1차시 수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수업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의 시선으로 ‘궁금한 것’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아이들의 궁금증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출발점을 만드는 것이었지요. 




2차시  생성형 AI로 미술 사조 탐색하기


2차시 수업에서는 본격적인 미술 사조 탐구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간의 목표는 학생들이 AI와 대화를 이어 가며 미술사 탐구의 흐름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생성형 AI ‘뤼튼(Wrtn)’을 활용해 자신이 선택한 사조나 작가에 대해 질문을 합니다.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것은 포털 사이트에 키워드를 검색해서 정보를 얻는 기존의 방식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질문을 던지는 대화형 탐구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한 학생은 AI에게 ‘살바도르 달리가 왜 시계를 녹였는지’를 물어봤는데, 그 답변이 너무 어려웠다고 멋쩍게 고백했습니다. 저는 그 학생에게, “그럴 땐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줘.’라고 다시 질문해 보는 건 어때?”라고 조언했지요. 이를 힌트 삼아 아이는 다시 AI와의 대화를 이어 갔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의 질문은 점점 깊어져 갔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했던 질문이 어느새 구체적인 맥락을 가진 탐구로 이어졌습니다. 학생들은 수업이 진행되는 과정 안에서 스스로 질문을 다듬고 자신의 언어로 사고를 확장하는 방식을 익혀 갔습니다. 

AI를 활용한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프롬프트를 잘 작성하는 것입니다. AI가 제공하는 정보는 질문의 깊이에 따라 달라지는데, 질문의 질은 프롬프트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이 수업에서는 단순한 AI 활용법을 넘어 ‘맥락에 맞게 질문을 설계하는 법(프롬프트 작성법)’을 가르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 차시를 통해 아이들은 단순히 AI 와 ‘대화하는 법’이 아니라, AI를 비판적으로 활용하며 자기 언어로 미술사를 탐색하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A 학생의 질문

 B 학생의 질문

“인상주의 화가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인상주의 화가들은 왜 사진처럼 그리지 않았을까?”

“인상주의 화가들은 사진처럼 그리지 않기 위해 어떤 재료를 사용했을까?”

“바로크 시대의 미술은 어땠을까?”

“바로크 시대 미술은 왜 역동적일까?”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역동적인 표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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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차시 활동지 양식과 작성 예시

 

 에듀테크 이렇게 활용하자!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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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튼(wrtn)
GPT, Claude, Gemini 등 다양한 생성형 AI 모델을 사용자와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대한민국에서 개발된 서비스로, 국내 사용자들의 언어적·문화적 니즈와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뤼튼 홈페이지 바로가기



질문이 답을 만든다! 프롬프트 이렇게 써 보세요.


⊙ AI에게 역할(페르소나) 부여하기

생성형 AI를 활용할 때 AI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안녕하세요, 당신은 이제부터 초현실주의를 소개하는 미술 교사입니다.”와 같은 문장을 활용하면 학습 주제와 연관성이 높은 답변을 얻을 수 있습니다.


⊙ 꼬리에 꼬리를 물며 질문 구체화하기

풍부하면서도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AI가 제시한 답변에 따라 질문의 질을 높여 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일회성 질문에 그치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대화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 정보의 신뢰성 점검하기

AI는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을 생성(할루시네이션)하거나, 특정 인종, 성, 종교 등에 대한 편향된 정보(데이터 편향성)를 제공할 위험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AI의 답변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지금 답변해 준 내용은 사실일까?”,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데, 그 이유는 뭐지?” 등과 같은 프롬프트로 정보를 검증하는 연습을 해 보게 합니다. 

 

3~4차시  숏폼 콘텐츠 제작을 위한 스토리보드 작성하기

이전 차시에서 AI와의 대화를 통해 공부한 미술사를 시각 매체로 표현해 보는 단계입니다. 제가 이 활동을 위해 선택한 매체 형식은 숏폼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핵심을 담아내는 숏폼 콘텐츠는 오늘날 가장 효과적인 소통 방식 중 하나로 꼽힙니다. 학생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매체이기도 하지요.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짧은 영상을 소비하는 학생들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감각적으로 숏폼 콘텐츠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만의 감각으로 미술사의 이야기를 다시 구성해 보는 시도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수업 첫머리에 미술사와 관련된 짧은 영상 몇 편을 학생들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학생들이 “미술사를 이런 영상으로 표현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 을 가질 수 있게 말이지요. 
그리고 스토리보드의 개념과 필요성, 구조 등을 간단한 자료로 설명하고, 실제 예시를 보여 주며 스토리보드의 구성을 구체화하는 방법을 안내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학생들에게 자신이 탐구한 미술 사조의 내용을 스토리보드 형태로 구성해 보게 했습니다. 스토리보드 제작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학생들 각자가 영상 매체를 통해 본인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떤 학생은 특정 미술 사조에 해당하는 대표작을 보여 주며 자막으로 그 성격과 특징을 설명하는 구성을 택했고, 또 다른 학생은 질문을 던지는 내레이션을 중심으로 영상을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콘텐츠 창작자로서 부족함이 없는 모습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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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차시 활동지 양식과 작성 예시

 

5~7차시  미술사 숏폼 콘텐츠 제작하기 

본격적인 숏폼 콘텐츠를 제작하는 시간입니다. 편집 툴로는 모바일과 PC 모두에서 사용이 가능한 ‘캡컷(Capcut)’을 활용했습니다. 먼저 이미지 삽입, 자막 입력, 전환 효과 적용, 배경 음악 추가 등 학생들이 편집 툴의 기본적인 기능을 익히도록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학생들이 도구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는 판단이 들자, 각자의 주제와 스타일을 고려하여 영상을 제작하게 했습니다. 같은 미술 사조를 탐구했더라도 영상의 표현 방식은 저마다 달랐고, 그 안에는 미술사에 대한 각자의 시선과 해석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습니다. 수업 중에 한 학생의 제안으로 TTS 기능을 안내했던 기억이 납니다. 
“선생님, 제가 직접 내레이션을 하는 게 조금 부끄러운데, TTS 기능을 써도 되나요?” 학생이 먼저 물어 왔습니다. TTS(Text to Sound) 기능은 이용자가 내레이션을 텍스트로 입력하면 AI가 음성으로 변환해 주는 기능입니다. 저는 곧바로 캡컷(Capcut)의 TTS 기능을 아이들에게 안내했습니다. 학생들은 툴이 제공하는 다양한 목소리 중 자신의 영상에 적합한 것을 선택해 숏폼을 제작했습니다. TTS 기술은 음성 표현이 서툰 학생에게 콘텐츠 제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AI 기술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를 생성해 주는 TTI(Text To Image) 기능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영상의 밀도를 높여 갔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미술 창작의 새 지평을 열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 시간이었습니다. 

  에듀테크 이렇게 활용하자!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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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컷(CapCup)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강력한 편집 기능을 갖춘 올인원 영상 편집 플랫폼이다. 

복잡한 프로그램 설치 없이 PC, 모바일 앱에서 모두 사용이 가능하며,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캡컷 홈페이지 바로가기


 

8차시  결과물 발표 및 돌아보기


프로젝트의 마지막 차시에는 학생들이 만든 영상을 다 같이 감상하며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생들은 완성된 영상을 소개하며 뿌듯해하기도 하고 친구들의 작품에 감탄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작품 발표 후에는 구글 설문지를 활용한 자기 평가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은 생성형 AI와 영상 제작 도구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배우고 깨달은 점을 스스로 정리해 나갔습니다. 학생들은 짧지 않은 수업의 여정을 돌아보며, AI와 함께한 배움을 자신의 언어로 기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일부를 여기에 소개해 봅니다. 



A 학생



“칸딘스키의 <무제>라는 작품을 알게 되었는데, 밝은 색감과 무늬가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캡컷(capcut)’이라는 앱도 알게 되었고, 이미지 전환이나 애니메이션 효과 같은 기능도 새롭게 배웠어요.”



B 학생




“다다이즘이 현대 미술의 발판이 되었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고, 뒤샹 외에도 다양한 다다이즘 작가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AI 편집 툴에서는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꾸는 기능이 무척 새롭게 느껴졌어요. 여러 이미지를 조합해서 직접 영상을 만들어 갔던 과정이 기억에 오래 남을 거 같아요.”



C 학생



“영상 제작이 어렵고 복잡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수월해서 신기했어요.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고 느꼈어요. 근데 1분의 숏폼 영상 안에 핵심만 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D 학생


“스토리보드를 구상하는 것과 영상 편집할 때 화면과 음향의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정말 어려웠어요.”


E 학생



“그동안 아이돌 영상만 편집해 보다가 이번 미술 시간을 통해 내가 모은 자료로 새로운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영상 편집도 새롭게 느껴졌어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서양 미술사 수업>은 단지 미술사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이 아닙니다. ‘살바도르 달리가 왜 시계를 녹였을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질문이 탐구로 이어지고 탐구가 또 새로운 표현으로 완성되는 여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AI라는 새로운 매체와 아이들의 끝없는 호기심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 수업이 에듀테크를 활용한 미술 수업을 고민하고 있는 선생님들께 작은 영감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다른 많은 교실에서도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들’이 활짝 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첫째 줄 좌) <추상 미술, 그래서 이게 뭔데요>  학생 작품 바로보기

(첫째 줄 중) <허공에 몸을 던지는 남자가 있다고?>  ☞ 학생 작품 바로보기

(첫째 줄 우) <왜 괴상하게 그렸을까?>  ☞ 학생 작품 바로보기

(둘째 줄 좌) <미술에서 붓을 빼다>  ☞ 학생 작품 바로보기

(둘째 줄 중) <팝아트란>  ☞ 학생 작품 바로보기

(둘째 줄 우) <고흐, 마네, 모네의 공통점>  ☞ 학생 작품 바로보기

(셋째 줄 좌) <무의식 속의 세계를 표현하는 초현실주의>  ☞ 학생 작품 바로보기

(셋째 줄 중) <여러분은 사실주의에 대해 아시나요?>  ☞ 학생 작품 바로보기

(셋째 줄 우) <쇠라, 이걸 몰라?>  ☞ 학생 작품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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