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나눌 때 우리는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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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교사들은 대부분 혼자서 수업을 설계한다.
아이디어를 메모장에 적고, 고민을 거듭하며 재료를 고른다.
학교 안에서 미술 수업 이야기를 마음껏 나눌 수 있는 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 미술 교사들이, 해냄에듀가 주최하는 <제3회 올해의 미술 수업 공모전>을 계기로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충청, 부산, 경남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선생님들은 처음엔 조금 어색해 보였지만, “요즘 어떤 미술 수업 하고 계세요?”라는 질문 하나에 금세 자신의 수업 이야기를 꺼내 놓기 시작한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왜 미술 수업을 세상에 나누고 싶어졌을까.”
누군가는 “고인물이 되어 가는 느낌” 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는 “혼자 버티고 있는 기분” 때문에 자신의 수업을 공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수업 공모전은 결과를 겨루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수업을 발견하고 연결되는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작동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각자의 방식으로 미술 수업을 만들어 가고 있는 교사들의 대화에 귀 기울여 보자.
진짜 우리들, 미술 교사들의 이야기다.

| 사진 김형국
| 인터뷰 진행 · 에디터 황유진
| 인터뷰어 강혜원(엄궁중학교 교사), 강혜인(가정여자중학교 교사), 김지연(동해중학교 교사), 류진(양동여자중학교 교사), 박희진(충현중학교 교사), 이경이(밀양고등학교 교사), 이소현(은평중학교 교사), 이현정(천안불당고등학교 교사), 이혜선(상원여자중학교 교사), 정연진(현남중학교 교사)
해냄에듀
<제3회 올해의 미술 수업 공모전>
금상 상패
나의 미술 수업,
왜 나누게 되었나요?
강혜인 저는 올해로 4년 차인 저연차 교사예요. 심지어 한 학년이 40명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학교에 발령을 받아서 주변 미술 선생님들의 도움이 절실했죠. 그런데 여건상 그게 쉽지 않아서 다른 미술 선생님들께서 수업 나눔을 해 주시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 위로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저도 연차가 좀 쌓이면 제 수업을 공유해 드리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공모전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선생님들과 이야기 나누고 위로받기 위한 목적이 컸는데 오늘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해요.
강혜원 제가 이전에 근무했던 학교는 전교생이 천 명 정도 되어서, 미술 교사가 세 명이었어요. 근데 미술 교사가 학교에 많다고 해도 시수가 많고 실기실도 부족해서 적극적으로 교류하기가 마냥 쉽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공모전을 통해 미술 수업을 전국의 많은 선생님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죠.
이현정 저는 미술은 단순히 눈으로 보고 그리는 것을 넘어, 오감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입체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제가 고민하고 기획한 수업은 아이들이 시각, 촉각, 후각을 아우르며 예술을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수업이었는데, 이 수업 경험을 동료 미술 교사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학교 현장의 미술 수업이 더욱 다양하게 확장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눔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정연진 저는 스스로를 좀 돌아보고 싶었어요. 연차가 쌓일수록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가 근무하는 강원도 지역은 교사 네트워크가 굉장히 활발한 편이에요. 연구회 선생님들과도 아주 잘 지내는데, 선생님들끼리 친해지면 서로 칭찬만 하게 돼요. 저희 학교 교장 선생님 역시 제가 뭘 해도 “잘한다 잘한다” 칭찬만 해 주세요. 그래서 자극이 좀 필요했어요. 필요하다면 혼도 나 보고 싶었고요.
공모전에 도전해서 떨어지면 그것대로 자극이 될 거고, 반대로 인정받는다면 ‘아,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틀리지 않구나.’ 하는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래서 수업을 나누게 됐습니다.
이소현 저도 정연진 선생님과 비슷해요. 저는 지금 5년 차인데 저는 이 공모전을 1년 차부터 지원을 했어요.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증명을 받고 싶더라고요. 선생님들께서 너무나 잘 아시겠지만 미술 교과는 정말 교사의 역량에 따라서 수업의 깊이나 결과가 천차만별이잖아요. 수업의 퀄리티를 위해서 교사로서의 역량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의 정체성 그리고 미술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증명받고 싶었어요. 아이들에게 마냥 재미있는 선생님으로만 남고 싶지는 않거든요.
정연진 1년 차부터 이걸 하셨어요? 전 이번에 처음 공모전 준비를 해 봤는데, 수업을 정리하기가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이소현 제가 근무하는 서울은 지역 연구회 활동이 그렇게 활발한 편은 아니에요. 그래서 공모전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죠. 물론 지원청별로 수업 평가 나눔단 같은 활동이 있긴 하지만, 미술 선생님들은 자신의 수업을 밖으로 드러내는
걸 망설이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막상 이런 자리가 마련되면 선생님들은 금세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돼요. 그래서 저는 모두가 마음 한편으로는 자신의 수업을 나누고, 또 다른 선생님의 수업을 배우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해냄에듀 사옥에 모인 미술 교사들.
서로 다른 미술실에서 시작된 수업 이야기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감과 연대로 이어졌다.

류진 정말 미술 선생님들은 뭔가를 혼자 하는 걸 편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제 남편이 체육 교사라서 비교가 되는데, 체육과는 뭐 하나를 해도 열 명, 열다섯 명씩 단합해서 하는 분위기가 강하거든요. 반면 미술 교사들은 대학 때부터 각자 개인 작업을 해 와서 그런지, 혼자 고민하고 만들어 가려는 성향이 있는 거 같아요.
정연진 저도 남편이 체육 교사여서 그 말씀에 정말 공감해요. 연수를 진행해도 미술과가 제일 적게 모이는 과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웃음) 훌륭한 미술 선생님들은 정말 많은데, 공개된 자리에 자신의 수업을 적극적으로 내 보이는 분들은 많지는 않죠. 제가 이번에 수상을 하게 된 것도 정말 운이 좋았던 거죠. 저 역시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나도 고인물이 되어 가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 수업을 한번 밖으로 꺼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류진 고인물이라고 하니까 너무 공감이 돼요. 저도 올해로 10년 차거든요. 직장인 10년 차의 슬럼프가 저에게도 왔어요. 작년에 학교에서 수업도 일도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더없이 고요하기만 하더라고요. 너무 무료해서 갑자기 고등학교로 전보를 써 보기도 했어요.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삶이 너무 무료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그렇다고 이걸 그만둘 수도 없고. 그런 상황에서 이 공모전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래서 돌파구로 이 공모전에 참여하게 됐죠.
박희진 저는 매년 새로운 수업을 시도하고 있어요. 평소 미술 수업에 대한 고민도 많고, 제 나름의 철학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고민들을 학교 안에서만 품고 있으면 어느 순간 제 수업도 익숙한 방식 안에 머무르게 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 공모전을 통해 “나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고, 이런 철학으로 미술 수업을 만들어 가고 있다”, “아이들과 이런 순간들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그런 공유 자체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미술 교사가 혼자 작업실에서 작업하듯 홀로 수업하는 존재로 남기보다,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컸고요.



미술 수업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이경이 무엇보다 감각 경험이 중요하다고 봐요. 아이들이 디지털 매체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다 보니까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걸 어려워하더라고요. 표현 방식도 점점 단순해지죠. 얼마 전에 나태주 시인이 하신 말씀이 정말 공감이 됐어요.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헐!”, “대박!” 두 단어로 귀결시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미술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감각을 깨우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그런 경험이요.
이현정 공감해요.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미술을 통해 ‘삶과 연결된 주체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주어진 재료로 테크닉을 익히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독창적인 질감을 느끼며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을 만들고, 여기에 자신만의 브랜딩을 더하는 과정을 겪게 해 주는 거죠. 아이들이 표현의 주체가 되어 자신만의 고유한 브랜드를 구축해 나가는 ‘경험의 가치’를 저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소현 저도 비슷해요. 학교에 여러 교과가 있기는 하지만,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교과는 많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환경이나 기후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표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것이 아이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미술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미술 시간이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삶과 연결되는 경험을 만들려고 해요.


강혜원 저도 결이 비슷한데요, 저는 좀 더 일상적인 방향으로 미술 수업을 하려고 해요. 요즘은 아이들에게 사진 잘 찍는 법, 인스타 감성으로 보정하는 법 같은 것도 알려 주고 있어요. 이런 수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는데요, 아이들이 열심히 만든 작품을 집에 가져가면 부모님이 “예쁜 쓰레기”라고 하신다더라고요. 참 생각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미술 시간이 끝난 뒤 아이들에게 실제로 남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고, 삶에서 계속 활용할 수 있는 감각과 기술을 알려 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강혜인 그런 수업 너무 좋아요. 저희 아이들도 굉장히 좋아할 것 같아요. 완전 꿀팁이네요. (웃음)
정연진 결국은 미술이 가진 ‘힘’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그 힘은 아주 가볍고 사소한 것일 수도 있고, 삶을 바꾸는 크고 깊은 힘일 수도 있고요.
저는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말로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자신을 사랑하게 되기 마련이라고 믿고요. 그래서 수업에서도 아이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어떤 특별한 기법이나 기발한 아이디어보다,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창의적인 것이라고요.
어떤 작품은 부모님께서 “예쁜 쓰레기”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이에게는 자신의 시간과 감정, 이야기가 담긴 결과물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그것 역시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박희진 저도 미술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기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수업에서는 작품 결과물 자체보다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스토리텔링의 과정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감정, 질문들을 연결해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과정 속에서 더 깊이 성장한다고 느끼거든요. 그래서 저는 수업에서 질문을 많이 던지는 편이에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나는 어떤 미래를 만들고 싶은가?” 같은 질문들이요. 아이들은 질문을 통해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꺼내고,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의 삶을 이해하게 됩니다. 자기 이야기를 가진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의 삶도 공감할 수 있다고 믿어요.




공모전 준비와 그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요?
정연진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이전 회차 출품 수업들이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굉장히 꼼꼼하게 살펴봤죠. 사실 공모전을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남의 수업을 그렇게 열심히 들여다보지 않았을 거예요.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자극도 받았어요. 겉보기엔 비슷비슷하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미세한 차이들이 있거든요. 평소라면 모르고 지나갔을 텐데, 이번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보니까 그 미세한 수업의 디테일들이 보이더라고요. 똑같은 주제라도 선생님들마다 이렇게 다르게 풀어 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참 재미있었어요.
이혜선 제가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그동안의 수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해 볼 수 있었다는 거였어요. 그전에는 수업을 마치고도 전체 과정을 다시 짚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그런데 공모전을 계기로 지도안까지 차근차근 써 내려가다 보니 여러모로 의미 있고 좋더라고요.
이경이 맞아요. 평소에는 수업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보다 작업 노트에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정도에 그치잖아요. 특별한 계기가 주어지지 않으면 수업을 잘 정리해 두기가 쉽지 않아요.
이현정 저 역시도 이번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제 수업을 좀 더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어요. 특히 이번 수상이 저에게 의미 있었던 이유는, 저 나름의 교육 철학이 대외적으로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교사로서 보람과 확신을 얻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이번 공모전을 통해 다른 선생님들의 좋은 수업을 접하면서 미술 수업을 바라보는 시야도 한층 넓어졌어요. 앞으로 새롭고 융합적인 시도를 주저 없이 실행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고요.
박희진 다들 비슷한 경험들을 하셨네요. 저도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제 수업을 처음부터 다시 찬찬히 돌아보게 되었어요. 특히 이번에 출품했던 수업은 중간중간에 모호하거나 정리되지 않는 상태로 남는 순간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 수업을 하면서도 “이 과정이 정말 의미 있는 걸까?”라는 고민을 하는 순간이 많았어요. 근데,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수업의 과정을 다시 정리해 보니, 그렇게 모호했던 부분들이 많이 명확해졌어요.


김지연 선생님들 모두 정말 훌륭한 미술 선생님들이시네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공모전 상금도 참여를 결심하게 된 동기 중 하나였어요. 넉넉하지 않은 월급에 스스로에게 작은 선물을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웃음)
물론 그게 가장 큰 이유는 아니고요, 이 공모전의 타이틀이 ‘올해의 미술 수업 공모전’이잖아요. 마치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 제목처럼, 저 역시 ‘나는 미술 교사다!’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여기에는 꼭 내가 나가야 한다.” 하고 생각했죠. 그리고 공모전이라는 형식 자체가 저에게 좋은 동기 부여가 되었던 것 같아요. 과연 올해에 했던 미술 수업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긴장, 설렘이 함께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강혜인 상금도 중요하죠. (웃음) 저는 상금을 받아서 겸직 신고를 해야 하나 생각했어요. 걱정돼서 교감 선생님께 몰래 말씀드렸는데, 교감 선생님이 너무 기특하다고 칭찬해 주시고 학교에 소문도 내셨어요. 그래서 감사하고 또 뿌듯했답니다.
이소현 저는 올해에 새로 옮긴 학교에 보란 듯이 말씀드렸어요. 제가 이전 학교에서 미술실 리모델링을 다 하고 왔는데, 새 학교에 오니 미술 수업 환경이 또 좋지 않았어요. 이게 미술과의 위상과 연결된다고 생각하니까 제 자신을 또 증명해 내야겠더라고요. 이야기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니까 저는 이야기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웃음)
이혜선 사실 저는 수상 사실을 학교에 말할 생각이 없었는데,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까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열심히 미술 수업을 하고 있으니까 미술실을 좀 고쳐 달라고 말이에요. 저희 미술실 환경이 너무 열악하거든요. 4층 꼭대기라 비가 오고 나면 물도 많이 새서 아이들에게 미안해요.
정연진 아, 저는 심사평을 읽고 감동을 받았어요. 뭐랄까, 그동안 제가 해 왔던 수업들은 흙먼지에 덮여 있는 느낌이었어요. 남들에게 내보이고는 싶지만 뭔가에 둘러싸여 있는 거죠. 수업은 스스로 빛을 내는 게 아니잖아요. 근데 심사평이 그 흙을 조심스럽게 걷어 내고 제 수업을 따뜻하게 안아 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 수업을 이해하고 그 속에 담긴 가치를 발견해 주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류진 심사평은 저도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해냄에듀 미술 수업 공모전은 심사하신 분들도 모두 미술 교사들이라서, 같은 미술 교사의 눈으로 수업을 바라보고 이야기해 주신다는 점이 좋았어요. 그래서 더 공감되고 위로가 됐고요. 아마 어디 원장님, 교수님, 회장님이었으면 덜 와닿았을 것 같아요.
박희진 전 심사평을 읽으면서 약간의 책임감도 느꼈어요. 제가 고민하며 만들어 온 수업의 가치와 방향을 알아봐 주신 느낌이 들었거든요. 앞으로도 수업을 더 깊이 고민하고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이번 공모전은 저에게 결과보다도 ‘내가 왜 이런 수업을 하고 있는가’를 다시 확인하게 해 준 시간이었어요.

수업 나눔을 망설이고 있는
미술 선생님들께 ...
이소현 좋은 수업이든 그렇지 않은 수업이든, 자신의 수업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저는 욕심은 많은데 썩 부지런한 편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수업을 기록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블로그를 하고 있는데요, 같은 미술과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사회과나 도덕과 선생님들께서도 “좋은 자료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댓글을 남겨 주시는 거예요. 그런 이야기들이 저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됐어요.
사실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수업들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기록들 역시 결국 제가 성장해 가는 과정의 한 부분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수업을 공유하면서 오히려 더 수업할 용기를 얻게 됐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기록하고 나누면서 계속 발전해 나가고 싶어요.
이경이 저는 일단 망설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정도 수업을 올려도 되나?”,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부족한 거 아닐까?” 같은 생각을 하다 보면 결국 못하게 되더라고요.
근데 사실 완벽하게 정리된 수업만 의미 있는 건 아니잖아요.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서로 나누다 보면 배우게 되는 게 있고, 다른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방향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저는 이번 공모전에 참여하면서 그런 걸 많이 느꼈어요. 서로의 수업,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미술 교사들이 연결되고, 그 과정에서 우리 모두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거죠.
박희진 맞아요. 완성된 수업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아이들과 고민했던 흔적, 실패했던 경험, 예상 밖의 장면들까지도 모두 누군가에게는 큰 영감과 위로가 될 수 있으니까요. 저 역시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을 보며 힘을 얻고 제 수업의 방향을 만들어 갑니다. 앞으로도 서로의 수업을 통해 연결되고 함께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지연 사실 오늘 이 자리에 오면서 이제서야 올해 수상작들을 살펴봤어요. 제 수업이 올라가 있는 게 부끄러워서 한동안 수상 페이지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거든요. 선생님들의 수업을 보니까 “내가 어떻게 수상을 했지?” 싶을 정도로 모두 깊이 있는 고민과 철학이 담겨 있더라고요.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만약 수업을 나누지 않고 제 수업만 붙들고 있었다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수업을 발전시켜야 할지 깊이 고민하지 못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다양한 수업을 만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속에서 제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나누고 또 배우고 싶어요!
정연진 “아끼면 똥 된다. 그런데 나누면 거름이 된다.” 이런 표현은 어떨까요? (웃음)
저는 수업을 공유하고 이렇게 모이는 것 자체를 하나의 네트워크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사실 미술과에도 여러 모임들이 있지만, 지역 간 교류가 활발하게 일어나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런 수업 네트워크는 온라인을 기점으로 계속 확장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런 기회를 계기로 미술 선생님들이 더 많이 연결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소현 맞아요, 오늘처럼 전국의 미술 선생님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기가 쉽지 않아요. 모두들 미술실 밖으로 나오세요. 그러면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현정 우리의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시도들, 그리고 그로 인한 아이들의 변화는 그 자체로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완벽한 수업은 없잖아요. 오히려 소소한 팁이나 시행착오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다른 선생님들에게는 큰 영감과 위로가 되죠.
선생님만의 색깔이 담긴 수업을 세상에 조금만 더 열어 보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작은 나눔이 결국 우리를 연결하고, 교사로서의 삶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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