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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이야기

미술 수업 방법 및 자료, 교육과정 등 미술 수업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다룹니다.

왜 우리는 미술 교과서를 펼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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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 07.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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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임수진(대전장대중학교 교사)

| 에디터 황유진




교과서를 다시 읽다


어떤 선생님에게나 겨울 방학은 새로운 수업을 구상하며 설렘과 고민을 함께 안고 가는 시간이다. 

지난 겨울, 나 역시 다음 학기 수업을 준비하며 학생들의 삶과 경험이 작품 속에 조금 더 의미 있게 드러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단순히 결과물을 완성하는 활동을 넘어 학생들의 생각과 감각, 그리고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수업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 속에 여러 자료를 살펴보던 어느 날, 해냄에듀 미술 교과서에서 한 활동을 만나게 되었다. 평소에는 교과서를 잘 활용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미각과 시각을 연결해 ‘보이는 맛’을 표현한다는 설정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이 상상 속 맞춤 음료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인생 카페를 구성해 보는 활동이었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법한 음료를 상상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익숙한 음료라는 소재가 학생들의 기발한 상상력과 만나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확장되는 모습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 수업을 나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한다면, 어떤 감각을 더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부터 이번 수업이 시작되었다.

 

이번 수업의 출발점이 된 해냄에듀 중학교 미술 ① 교과서

<미각과 시각 연결하기, 보이는 맛> 활동

▶교과서 속 활동 자세히 보기



나만의 감각을 더하다


이 활동을 나의 미술실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생각했던 것은, 교과서 속 활동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의 삶을 담아낼 수 있는 수업으로 재구성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우리 학생들은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까. 그 고민은 어떤 맛일까. 만약 그 감정을 하나의 음료로 만든다면 어떤 색과 형태를 띠게 될까.

생각해 보면 미술 활동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이지만, 정작 학생들의 삶이 작품 속에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작품은 완성되지만 학생들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번 활동이 학생들의 상상력을 보여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삶과 감정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

또 하나 기대한 것은 서로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경험이었다.

사춘기의 고민은 저마다 다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비슷한 지점에서 만난다. 친구 관계, 외모, 학업, 진로, 가족과의 갈등 그리고 사춘기의 불안으로 잠들지 못하는 밤까지…….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만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친구의 감정과 경험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면, 이 수업은 조금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후의 수업 설계는 모두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학생들의 삶을 음료 속에 담아내기 위해, 그리고 서로의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나는 몇 가지 방식으로 수업에 나만의 감각을 더해 보았다.


【핵심 질문】


"감각을 어떻게 시각화할 수 있을까?"


【차시별 수업 내용】


1차시 | 생각 열기  어떤 맛의 음료일까?

2차시 | 주문서 작성  사춘기 우리들은 어떤 음료가 필요할까?

3차시 | 아이디어 탐색 주문서를 어떻게 시각화할 수 있을까?

4~5차시 | 아이디어 구체화 나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6~8차시 | 작품 제작 재료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9차시 | 발표 자료 제작 내가 만든 음료를 어떻게 홍보할까?

10차시 | 작품 공유와 성찰 나의 감각과 생각은 작품 속에 어떻게 담겼을까?


감각 더하기 01   사춘기 우리들을 주인공으로 삼다

교과서 속 맞춤 음료 만들기 활동은 자신에게 필요한 음료를 상상하는 데서 출발한다. 나는 이 활동의 주인공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 보고 싶었다.

그래서 맞춤 음료의 대상을 ‘사춘기 우리들’로 설정하였다.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외모, 친구 관계, 학업, 진로, 성장통, 수면 부족 등 학생들이 실제로 마주하는 고민들을 음료의 소재로 삼도록 하였다.

그 결과 학생들은 단순히 독특한 음료를 상상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위로의 맛, 믿음의 맛, 숙면의 맛, 화해의 맛, 공감의 맛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들이 하나의 음료가 되어 나타났고, 이는 우리 학교 학생들의 삶 그 자체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사춘기의 맛은 어떤 맛일까?

학생들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맛'이라는 언어로 써 내려갔다.

감각 더하기 02   우연으로 상상력을 열다



나는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예상치 못했던 아이디어와 마주하는 경험을 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학생들이 작성한 음료 주문서를 한데 모은 후, 한 사람씩 무작위로 뽑게 하였다. 누구의 어떤 주문서를 선택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은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고른 주문서를 확인한 후 안도하기도 하고 난감해하기도 했다. 또 친구들은 어떤 주문서를 골랐는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주문서를 고른 뒤에는 작성자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별도로 마련하였다. 학생들은 작성자와 주문서에 담긴 의미, 주문서에 추가하고 싶은 내용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나갔다. 자신이 떠올리지 못했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는 과정은 작품의 방향을 확장시켜 나가는 데 도움을 주었다.



우연히 만난 주문서 한 장은 친구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작은 인터뷰가 되었다.


감각 더하기 03   상상의 가능성을 넓히다


주문서를 받은 학생들은 곧바로 작품 제작에 들어가지 않았다.

먼저 주문서에 담긴 감정과 상황을 다양한 방식으로 상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학생들의 아이디어 발상을 돕기 위해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미지 탐색 과정을 추가하였다. 예를 들어 ‘숙면의 맛’, ‘위로의 맛’, ‘화해의 맛’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 학생들은 생성형 AI에 다양한 키워드를 입력하며 이미지를 탐색하였다. 입력한 단어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고, 학생들은 그 차이를 비교하며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방향을 구체화해 나갔다.

물론 생성형 AI가 정답을 알려 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학생들은 AI가 제안한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생각과 비교하고 수정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갔다. 어떤 학생은 예상하지 못한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고, 어떤 학생은 AI의 결과물을 보며 오히려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찾아가기도 했다.

학생들은 여러 이미지를 비교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음료 콘셉트를 구체화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 아이디어 스케치를 완성해 나갔다. 중요한 것은 AI가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그 이미지를 자신의 생각으로 재해석하고 발전시키는 과정 자체였다.

감각 더하기 03의 결과물들

(왼쪽부터 주문서 내용/AI 생성 이미지/아이디어 스케치 순)





연애를 하고 싶지만 

외모 콤플렉스를 

겪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새콤달달하고 영양 가득한 

사랑스럽고 자신만만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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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으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한 달달하고 고소하며

잠이 잘 오게 하는

따뜻하고 포근한 맛







인간관계와 외모, 성적 등으로

자존감이 바닥인 청소년들을 위한 음료.

불안한 생각이 사라지고 긴장이 풀리며

자존감이 올라가는 달달따뜻

자기애의 맛








친구와 싸워 마음이 복잡한

사람들을 위한 담백하지만

은은한 단맛과 내 마음을 감싸 주는

차분한 진정과 화해의 맛



감각 더하기 04   표현의 경계를 넓히다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자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학생들이 상상한 음료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하는 문제였다. 학생들이 주문서에 담아낸 감정과 이야기는 생각보다 다양했고, 이를 하나의 표현 방식으로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처음에는 입체 작품으로 제작하는 방법을 생각했으나, 음료의 형태를 입체로 구현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정작 학생들이 담고자 한 감정과 세부 표현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평면 표현만으로는 음료가 가진 물성과 존재감을 살리기 어려웠다. 그래서 평면과 입체의 중간 형태를 선택하였다. 학생들은 평면 위에 음료의 형태를 구성한 뒤 클레이, 생크림 클레이, 비즈, 드라이플라워, 털실, 솜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세부 표현을 더해 나갔다.

재료의 물성은 학생들의 상상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 폭신한 솜은 따뜻한 위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활용되었고, 반짝이는 비즈는 설렘이나 기대감을 나타내는 장치가 되었다. 학생들은 색뿐 아니라 촉감과 질감까지 고려하며 자신만의 음료를 구체화하였다.

작품이 완성된 후에는 실제 카페의 신메뉴를 홍보하듯 음료 홍보 포스터도 제작하였다. 학생들은 생성형 AI와 캔바를 활용해 음료 이미지와 이름, 맛과 토핑, 추천 대상 등을 시각적으로 정리하였다.이를 통해 자신이 만든 음료의 특징과 가치를 다시 돌아보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감각 더하기 05   같은 고민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다


개별 음료 제작이 마무리된 후에는 학생들이 표현한 감정과 이야기를 서로 연결해 보는 활동으로 확장해 나갔다. 학생들이 만든 음료는 각기 다른 모습이었지만, 그 안에는 서로 비슷한 고민과 감정들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감정의 결이 닮아 있는 작품들끼리 하나의 카페를 이루도록 하였다.

이제 학생들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를 담은 카페를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 가게 될 것이다. 실제 카페가 한 사람의 힘으로 운영되지 않듯, 학생들도 모둠에서 각자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역할을 나누어 맡아 프로젝트를 수행해 나가도록 했다. 역할은 브랜드 디자이너, 공간 디자이너, 홍보 디자이너, 장식 디자이너로 구성하였다. 역할이 정해지자 학생들은 각자의 강점을 살려 카페를 만들어 갈 준비를 했다. 

카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 로고와 메뉴판을 만들고 카페 부스도 직접 구성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음료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친구들의 작품과 이야기를 함께 엮어 가며 하나의 브랜드와 공간을 만들어 나가게 될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음료가 또 다른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어떤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 내용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지게 될 것이다. 누군가의 고민을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경험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순간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공감과 위로를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카페를 완성하는 4명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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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를 넘어 학생의 삶으로


처음에는 재미있는 수업 아이디어를 만났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수업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내가 진짜 고민했던 것은 음료가 아니라 학생들의 삶과 감각이었다. 교과서 속 활동에 나만의 교육적 고민과 감각을 더하자 학생들은 위로의 맛, 믿음의 맛, 격려의 맛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과 경험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번 수업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낀 것은 학생들의 삶이야말로 수업의 가장 좋은 출발점이라는 점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가진 고민과 감정을 작품에 담아냈고, 친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 진행될 카페 프로젝트에서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친구들의 작품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가며 서로 협력하는 경험도 이어 가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수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과 경험뿐만 아니라 서로의 감정과 경험을 끊임없이 돌아보는 과정이었다. 학생들은 음료를 기획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왜 이런 맛을 떠올렸을까?”, “이 감정을 어떤 색과 형태로 보여 줄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감정을 시각화하는 과정은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들여다보는 과정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교과서를 출발점 삼아 학생들의 생각과 감정, 경험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수업을 만들어 가고 싶다. 그리고 그 수업이 학생들에게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경험을 넘어,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함께 의미를 만들어 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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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갈 카페 부스 완성 예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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